[사설]IT벤처 병역특례 제외 신중해야

 최근 병무 비리와 관련해 병무청이 내년부터 IT벤처기업의 보충역 병역특례를 없애겠다고 한 데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병역특례로 지정된 일부 벤처기업이 이 제도를 악용, 친인척을 특례요원으로 끌어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른 것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고 또 근절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병무청이 벤처기업에 대한 병역특례를 더욱 엄격히 단속하기로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IT벤처기업에 큰 도움이 됐던 이 제도를 중단하겠다고 나선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벤처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90년대 후반 벤처기업육성특별법을 제정했다. 이후 벤처기업은 한국경제에 큰 역할을 해왔다. 이미 벤처기업의 수는 1만곳이 넘었고 코스닥에 상장된 벤처기업이 400곳에 육박한다. 벤처캐피털이 운용하는 규모도 5조원 가까이 된다. 2010년이 되면 벤처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되고 고용 창출 효과도 200만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한때 ‘묻지마’ 투자로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벤처는 그동안 청년 실업 해소 등 여러 면에서 한국경제에 큰 힘이 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벤처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중기청도 올해 시효가 만료되는 벤처특별법을 10년 더 연장하기 위해 애면글면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번 병무청의 방침은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지난 3월 말 현재 병역특례 요원으로 IT업체에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은 771명인데, 이번 비리에 연루된 인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고 개선하면 되는 것이지 배정을 중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벤처기업에 인력은 사실상 ‘전부’나 다름없는데, 병역특례를 중단한다면 자칫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절차상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계의 위축이 불가피한 이런 중차대한 결정을 발표하면서도 병무청은 정통부·문화부 등 유관부처와 심도 있는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병무 행정이 병무청 소관이라 할지라도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관련 부처와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병무청은 정통부, 문화부 등 관계부처와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시 논의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벤처기업협회와 게임산업협회 등 관련 단체도 반성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일부 업체들이 병역특례 제도를 악용한다는 풍문이 있었고 실제로 적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사전에 병역특례제도의 의미와 활용방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계도했다면 이 같은 사태가 초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뒤늦게 나마 이들 단체가 대응책을 논의한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대응책도 필요하지만 병역특례 제도가 벤처기업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조사해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