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REACH

요즘 화학업계에 ‘제품환경규제’가 발등의 불이다. 지금까지의 국제 환경규제 중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로 평가되는 EU의 REACH(신 화학물질관리제도) 발효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REACH는 환경친화적인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화학물질관리의 기본 축이 되는 법령으로서 EU의 새로운 화학물질 통합관리 제도다. 우선 EU에서 연간 1톤 이상 제조되거나 수입되는 화학물질 자체나 혼합제 내의 화학물질 또는 완제품 내의 화학물질은 반드시 등록을 해야 한다. 100톤 이상 화학물질은 등록 후 별도의 평가를 받고, 추가로 EU 화학물질청에서 요구하는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REACH는 EU 내 기존 40여개 화학물질관리법령의 ‘통합·단일화’한 제도며 화학물질관리의무 주체를 정부에서 기업체(제조·수입자)로 전환했다는 큰 의미가 있다. 화학물질의 환경성에 대한 검토와 정보 생산을 위한 그 비용을 기업이 부담해야 하며 법적 책임도 지게 된다.

 이 때문에 국내 화학 제품의 EU 수출 차질도 우려된다. 우리가 수출하는 양에 관계없이 EU역내에서 제조되거나 수입되는 양이 기준이기 때문에 모든 제품이 잠재적 대상이 될 수 있다.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명분으로 특정 화학물질 수입금지 가능성도 있다. 안전성 시험을 위한 비용이 크다는 것도 부담이다. REACH에서 요구하는 자료들은 물리화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생체 독성 등 시험 비용이 높은 항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REACH의 발효는 전자 등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안전성 자료 요청 강화 및 대체물질 개발 압력이 예상된다.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 수출하는 우리 회사는 REACH에 철저한 대비를 시작하고 있다. 우선 모든 제품에 대해 REACH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기존의 환경 유해성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사전등록 및 본 등록 제품을 선정해 절차에 따라 준비하고 있다. REACH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환경부서 및 기타 지원부서 간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가 필수적이다. REACH 법령은 최종 확정됐으나 구체적인 시행방법은 아직도 마련 중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박인 LG화학 환경안전팀 부장 inpark@lgche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