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은 우려의 벽(wall of worry)을 타고 오른다.’
7일 코스닥시장이 다단계 주가조작 검찰조사와 미수동결계좌 도입 등 악재를 뚫고 1년여만에 700고지를 탈환, 702.76으로 마감했다. 주가 상승은 여러 ‘악재(우려)’가 견인한다는 뉴욕 증시 격언이 코스닥 시장에도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연일 터진 악재가 오히려 투자자 내성을 강화했고 미 다우지수 최고치 경신 등 대외변수도 투자심리 호전에 한몫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IT주 실적개선,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성 등 상승 여력이 충분한 만큼 ‘우려의 벽’은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코스닥지수가 가장 최근에 700고지를 두드렸던 것은 지난해 4월 25일 장중 700.28를 기록한게 유일하다.
◇700 돌파, 낮아진 기대심리 때문=코스닥지수는 지난달 16일 697.16으로 700선에 바짝 다가섰으나 ‘루보’ 주가조작 사건 파장이 커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엔터테인먼트 업종인 F사가 조세포탈 혐의로 조정을 받고 5월 들어 미수동결계좌 시행으로 개인 투자 위축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악재는 오히려 주가 상승을 부추겼다. 투자 기대심리가 한층 낮아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조그만 긍정적인 사인’에도 반응, 주식을 사들였다는 의미다. 대우증권 정근해 선임연구원은 “미수동결계좌 제도가 신용거래로 자연스럽게 이동되고 단기 악재로 거론되던 주가조작 사건 등도 시장에서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 강세도 한몫=글로벌 증시 강세도 700선 돌파를 도왔다. 대우증권 정 선임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강한 상승세는 글로벌 증시의 동반상승을 견인, 투자심리를 우호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5월 들어 다우존스, 대만지수 등은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벽은 남아있지만 상승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측은 하반기 지수를 790으로 내다보며 “IT산업이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고 코스닥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추가 ‘레벨업’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IT주, 우려의 벽 다시 뛰어넘는 동력=700선을 넘은 지금, IT주 재평가(리레이팅)가 활발해 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코스닥 버블이 꺼지면서 저평가 구조가 고착화돼 온 IT주가 살아나 우려의 벽을 다시 뛰어넘을 동력이 되리라는 것. 한화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에서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은 IT부품주”라며 향후 IT주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상승여력이 있다는 전망이다. 대우증권 정 선임연구원도 엑스씨이, 인프라웨어 등에 주목하며 IT주에 관심 가질 것을 조언했다.
김준배·황지혜기자@전자신문, joon@
◆코스닥 상승기 누가 재미봤을까
올 들어 코스닥 투자에 나선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속앓이’가 여간 심하지 않았을 듯싶다. 올 들어서만 코스닥이 100포인트 가량 상승했으나 개인들의 순매수 종목들은 하나같이 약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본지가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의뢰해 개인·기관·외국인들의 주요 투자처(순매수 상위 5개종목)의 주가 상승률(5월4일 현재)을 파악한 결과, 개인의 수익률은 -19.54%로 극히 부진을 면치 못한 반면 외국인은 35.42%라는 꿈의 수익률을 거뒀다. 기관 역시 -2.86%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 기간 코스닥은 606.15(작년 말)에서 693.44로 14.4% 상승했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들은 오스템임플란트(171.5% 상승) 제이브이엠(56.01% 상승) NHN(31.46% 상승) 등 5개 모두 두자릿수 이상(15.80∼171.5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은 0.1% 상승한 LG텔레콤을 제외하고는 4개종목(CJ홈쇼핑·헬리아텍·LG마이크론·인터파크) 모두 두자릿수의 마이너스(-)수익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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