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TFT LCD 핵심부품인 냉음극형광램프(CCFL) 생산능력에서 지난해 4분기부터 대만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만 기업이 앞으로도 공격적으로 생산시설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어서 대만과 한국 간 생산능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만의 급부상은 CCFL이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바뀌었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CCFL 업계는 안정된 경쟁 구도 속에 몇년 동안 두 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해 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과잉이 발생함에 따라 영업이익은 한 자릿수 초반으로 떨어졌다.
상황이 반전되면서 선두업체는 공급과잉 우려로 투자를 주저하는 반면에 후발기업은 이를 기회로 삼아 선두권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선후발 업체 간의 선두 바뀜은 물론이고 국가 간 자리 바뀜도 발생하고 있다.
◇대만 CCFL 생산능력, 한국 추월=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뱅크는 대만 업체들의 CCFL 생산능력이 지난해 4분기 월 4200만대에 도달, 4000만대에 그친 우리나라를 제치고 세계 2위의 CCFL 생산 능력 보유국가로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우리나라와 대만이 각각 3500만대, 3100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했으며 CCFL 생산능력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역전당한 것은 지난해 4분기가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일본 기업들의 CCFL 생산능력은 월 1억200만대로 한국과 대만을 크게 앞질렀다.
대만업체들은 올해에도 공격적으로 시설 투자를 진행, 오는 4분기 기준으로 생산능력이 월 7000만대에 도달, 5700만대에 그친 한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나갈 것으로 전망됐다. 대만이 한국을 앞서게 된 것은 대만 1위 CCFL 업체인 웰리파워가 지난해 생산능력을 80% 가까이 확대하고 후발 기업도 생산능력 보강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종찬 디스플레이뱅크 상무는 “올해 대만의 후발업체가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라며 “반면에 국내에서는 공급과잉 우려로 우리이티아이를 제외하고는 큰 투자가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선후발 업체 간의 자리 바뀜도 예상=그동안 CCFL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의 도시바해리슨은 지난해 4분기 생산능력에서 산켄과 웨스트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국내에서도 후발기업인 우리이티아이가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반면에 선두업체인 금호전기는 이렇다 할 투자가 없어 올 연말께부터 역전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만은 선두업체인 웰리파워와 델타 등은 올해 20% 내외의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인 반면에 후발업체인 신트로닉스는 현재 월 500만대 규모인 생산능력을 연말까지 월 1000만대로 100% 가까이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선발업체들이 투자에 주저하는 것은 공급과잉 우려 때문이다. 올해 1분기에는 일부 CCFL 업체들의 가동률은 70% 수준까지 하락했으며 단가인하도 15% 가까이 이루어졌다. 지난해 전체 단가 인하가 15% 정도였다는 점에서 1분기에 거의 한계 원가에 도달한 셈이다.
유종찬 디스플레이뱅크 상무는 “현재 CCFL 시장은 공급과잉에 따른 단가 인하 우려와 LCD TV의 견고한 성장이 수요를 확대할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상존한다”며 “과점적 사업구도는 이미 깨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CCFL 사업의 성패는 패널업체와 전략적 관계를 바탕으로 원가 절감형 제품 개발과 적기에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에 달려 있다”며 “앞으로는 더욱 치열한 경쟁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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