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교실서 20세기 선생이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는 말을 거부한다!’
지난 4월 23일 오후 6시. 서울 동작구 강남초등학교 컴퓨터실에 초등학교 교사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올 들어 처음 열리는 초등학교ICT교육연구회 동작지부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세미나 주제는 ‘디카와 플립앨범을 활용한 학급앨범 만들기’였다. 디지털 카메라와 관련 기능을 습득해 교육에 활용해보자는 취지에서다. 15명 이상이 모이자 동작 지회장인 김태환 교사(서울 본동초등학교)가 강의를 시작했다. 저녁은 김밥과 음료수. ‘호호, 깔깔’ 대면서 강의가 진행됐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교사들의 자기계발은 밤늦은 회식자리까지 이어졌다.
서울초등ICT교육연구회는 서울특별시교육과학연구원에 등록된 서울초등교과교육연구회. 서울특별시내 초등학교 교사를 중심으로 초등ICT교육 활성화를 위해 지난 1991년부터 활동을 해 오던 ‘서울초등컴퓨터교육연구회’와 ‘서울멀티미디어교육연구회’가 2001년에 서로 통합, 발전됐다. 동작구 뿐 아니라 지역별로 분과 모임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강장수 춘천 성원초등학교 교수담당 부장교사. 성원초는 개교한지 2년 밖에 안돼 춘천시 초등학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시설이 좋다. 강 교사는 정보과학 담당이 아님에도 학교 홈페이지와 별도로 ‘학습용 홈페이지’를 직접 개발했다. 본지 기자가 학교를 방문한 지난 4월 19일. 이날 학습 주제는 컴퓨터 언어와 이진법이었다. 강 교사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은 교과서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를 조사한 후 홈페이지 ‘과제물 제출코너’를 열어 직접 입력했다. 이 코너는 교사만 볼 수 있어서 아이들이 복사하는 꾀를 부릴 수 없다. 강 교사는 순차로 올라오는 학생들의 과제에 대해 공개 코멘트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추가 지시했다.
주갑수 서울 강서구 등현초등학교 교사 역시 학교홈페이지에 반 홈피를 별도로 만들어 알림장을 올리는 것은 물론 특정 주제를 제시, 웹 토론을 벌인다. 댓글 문화에 대한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평교사뿐 아니라 교장·교감 등도 발벗고 움직이고 있다. 서태원 대구 범일초등학교 교장은 ICT교육 전도사다. 직접 수업을 진행하지 않지만 ‘범일 ICT 교육 지침’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드는 등 열성이다. u스쿨을 구축하기 위해 무선 AP를 설치하는 등 빠듯한 예산임에도 이 분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기호 서울 중랑초등학교장이나 손성룡 서울 홍제초등학교장은 학교 발전을 위해 ‘비즈니스 교장’으로 변신한 케이스. 구청 문을 두드려 정보화 관련 예산을 따냈다. 김 교장은 “교육청 지원만으론 한계가 있어 자자체 교육 경비 보조금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 교장은 “교장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지 않으면 학교 운영이 안된다”고 말한다. 손 교장은 현재 하는 민참을 어찌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운영할 지 고민이다. 윤태웅 창원 토월초등학교장 역시 지역 단체를 활용,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창원도서관과 협력, 전자책을 무료로 서비스 받고 있으며, 올 초는 서울 강남구와도 협약을 맺어 학생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선생님은 역시 선생님이다. 빠듯한 정보화 예산을 갖고 1년을 살아내는 일선 정보화담당 교사, 교육청과 지자체 문지방이 닳도록 오가며 예산을 따내기 위한 눈물겨운 교사들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