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의 설비투자를 단행한 일본 반도체업계가 2007회계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에도 이에 못지않은 공격 투자에 나선다.
도시바·엘피다메모리·르네사스테크놀로지·NEC일렉트로닉스·소니·후지쯔·마쓰시타전기산업 등 일본 주요 반도체 7개사는 올 회계연도에만 총 9700억엔(약 7조4700억원)의 설비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비록 전 회계연도보다 8% 정도 준 것이지만 역대 두 번째 많은 금액으로 여전히 휴대폰·디지털 가전기기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특히 플래시메모리가 호조인 도시바와 엘피다메모리는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 초대형 투자를 단행, 나머지 업체의 투자를 견인한다. 단지 업체별로는 자신들의 강점을 살려 사업 분야와 수익성에 따라 투자에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D램 세계 4위 업체인 엘피다메모리는 올 여름 가동하는 대만의 합작공장에 출자분 800억엔을 합쳐 작년 대비 35% 늘어난 2100억엔을 투자한다. 대만에서는 PC용, 일본 내 히로시마공장에서는 휴대폰·디지털 가전기기용 D램을 각각 증산할 계획이다. 사카모토 유키오 사장은 “설비투자 확대로 2009년까지 세계 D램 시장 1위 자리에 오르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내 최대 반도체 업체인 도시바는 올 회계연도에만 3310억엔을 쏟아 붓는다. 회사 측은 “작년보다 7% 정도 준 금액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경영 자원을 반도체에 지속적으로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시바는 전원을 꺼도 정보를 보존할 수 있는 플래시메모리 세계 2위 업체인데 전체 투자액 중 2500억엔을 이 분야에 투입, 생산량을 크게 늘린다.
D램과 플래시메모리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황 악화를 이유로 올 설비투자를 작년 대비 18% 줄인 5조4400억원(약 7000억엔) 집행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도시바와 엘피다의 설비투자액은 합계로 2006회계연도 대비 약 6% 늘어난 5410억엔이다. 아직도 삼성과의 차이가 약 1600억엔이나 된다. 도시바 측은 “3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와의 차이가 양사 합계로 맞서도 4000억엔이나 됐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좁혀졌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가격 변동이 심해 대형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위험도 항상 도사리고 있다. 도시바의 경우 올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을 50% 정도로 보고 있지만 고정밀 가공기술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수익을 유지할 방침이다.
한편 폭넓게 사용되는 메모리 제품과 달리 제품별로 시장이 한정된 시스템LSI 업체들은 투자 억제 움직임이 지속될 전망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몰리는 현실에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투자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르네사스테크놀로지·NEC일렉트로닉스·소니·후지쯔·마쓰시타전기산업 나머지 5개사의 올 회계연도 투자액 합계는 4300억엔에 불과해 전 회계연도 대비 20% 감소할 전망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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