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7월 서울 구로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국내 첫 아파트형 공장 ‘동일테크노타운’이 들어선 지 1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 아파트형 공장 수는 258개로 크게 늘었으며 서울·경기 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로 아파트형 공장 단지가 확산됐다.
아파트형 공장의 면면도 바뀌었다. 90년대말까지만해도 성냥갑 형태의 전형적인 공장 티를 벗지 못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새로운 외관을 지닌 다양한 아파트형 공장이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의 발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파트형 공장은 지난 10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형화·첨단화·고급화 테마를 앞세워 또 한번의 ‘업그레이드’를 모색중이다.
◇크게, 더 크게=최근 아파트형 공장의 최대 이슈는 대형화다. 지난 96년 동일테크노타운의 연면적은 2775평에 불과했고 2000년대 초만해도 2만평 규모면 대형급이라는 평을 받았으나 현재 건설중인 주요 아파트형 공장의 규모는 4만∼5만평을 훌쩍 넘는다. ‘대형화’를 지나 ‘초대형화’ 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현재 공사를 마친 아파트형 공장 중 가장 큰 건물은 지난달 서울 문래동에 들어선 ‘에이스 하이테크시티’로 연면적이 5만9560평에 달한다. 성남시 상대원동의 ‘SKⓝ테크노파크(5만9460평)’, 서울 가산동 서울디지털산업 3단지의 ‘우림라이온스밸리1차(5만9460평)’ 등도 연면적이 5만평을 웃돈다.
10만평급 초대형 아파트형 공장도 곧 등장할 전망이다. 쌍용건설이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 옛 한국화장품 부지에 내년 1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부천테크노파트3차 비즈시티’는 총 12개동으로 이뤄져 연면적이 10만평에 달한다.
◇첨단 기술의 힘=아파트형 공장의 또하나의 화두는 첨단화다. 입주기업이 자사의 유지비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보안성을 높일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은 아파트형 공장의 기본 요소로 자리잡았다. 전력 소모량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원격검침시스템과 외부 차량 및 외부인의 진입을 통제할 수 있는 보안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설계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안전성과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도 속속 도입됐다. 대륭종합건설은 내년 5월 준공 예정인 ‘대륭테크노타운12차’에 3D 컴퓨터 시뮬레이션기법을 활용해 구조적 안전성 검증절차를 밟았다.
과거에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드라이브 인 시스템’도 최근 아파트형 공장에 적용되고 있다. 기존 아파트형 공장은 하역장이 지하주차장에 마련돼 있어 물품 운반이 잦은 제조업체에게 불편함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거의 전 층에 차량이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돼 업무 시간 단축 효과를 가져왔다.
◇아파트형에서 호텔형으로=금강주택은 성남에 짓고 있는 ‘금강 펜테리움 IT타워’의 슬로건으로 ‘호텔형 공장’을 내걸었다. 그만큼 내부 마감재 및 편의 시설의 수준이 높다는 자신감에서다.
이처럼 대부분의 시행·시공사들이 ‘공장’이 아닌 ‘비즈니스센터’를 구현한다는 구상 아래 고급화에 힘쓰고 있다. 금강 펜테리움의 경우 호텔 스위트룸을 표방한 기숙사 ‘스윗텔’을 함께 선보였으며 상가 아케이드도 호텔급으로 구성했다.
호텔 분위기 연출을 위해 지원시설 임대를 전문 컨설팅회사에 맡긴 아파트형 공장도 등장했다. 재능유통이 시행을 맡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JEI 플라츠’는 세계적인 부동산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임대유치를 맡아 고급화 이미지에 맞는 지원시설을 구성중이다.
CEO 전용룸, 독립형 설계, 옥상정원 등 근무환경을 개선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시도들도 잇따르고 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기고-새로운 사무공간, 아파트형공장
: 이상영 부동산114 사장
중소·벤처기업 사이에 아파트형 공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는 저렴한 분양가와 각종 세제 및 금융혜택으로 서울 강남 등의 사무실을 임대하는 비용만으로 사무실 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혜택은 정책자금으로 분양가 70∼80% 수준에서 장기 저리융자가 가능하다. 입주기업은 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조건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 서울시, 경기도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세제상으로는 취등록세가 100% 감면되고 재산세 및 종합토지세도 5년간 50% 감면받을 수 있다.
이같은 정책지원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아파트형 공장이 주로 위치한 구 공업단지 지역이 입지적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최근들어서는 완전히 상황이 바귀었다.
지금은 지식기반 산업 분야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입주하고 각종 지원시설도 늘어나면서 오히려 동종 업종의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이에 따라 주요 아파트형 공장 밀집지역은 공실률이 낮고 지가가 상승하면서 이를 보유한 기업의 자산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지역 내 노동집약적 성격의 기업이 많기 때문에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도 부동산 투자시장의 틈새상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주요 지역을 살펴보면 예전 구로공단이 바뀐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아파트형 공장의 숲이라고 불릴 만큼 아파트형 공장이 밀집해 있다. 이 지역은 서울 강남, 양재 등 도심에 입주해 있던 벤처 기업이 들어오면서 벤처산업단지로 변모했다. 현재 입주 업체 수만 6000개를 넘어섰으며 이들 중 70% 가량이 IT업체다.
다만 이 지역은 입주업체가 급증하면서 교통체증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데 현재 한국산업단지공단이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15년까지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구조고도화 계획’을 수립함에 따라 도로와 다리 등이 증설될 예정이다.
영등포벤처밸리, 성남지방산업단지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영등포벤처밸리는 문래동과 양평동 일대 예전 공장 및 물류창고 부지에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선 곳으로 입주 수요가 많아 공급이 부족할 정도다. 이 지역은 목동, 여의도 등과도 인접해 있기 때문에 연계 비즈니스 단지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성남지방산업단지는 서울 강남, 송파 및 경기도 분당, 판교 등과 가깝고 서울 지역에 비해 분양가도 저렴해 벤처 기업의 이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파트형 공장을 사옥으로 쓰려고 하는 경우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우선 최초 입주 시 매매 및 임대가 불가능하다. 취등록세 100% 감면 혜택 등으로 인해 실 입주 및 5년 이내 전매 불가의 조건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대상업종도 제조업, 지식산업, 벤처기업 등 제약요건이 있기 때문에 입주 자격을 갖췄는지 사전에 확인해 봐야 한다.
sylee@r114.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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