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근 할인매장을 찾은 김 과장 부부. 한달여만에 30% 이상 떨어진 한우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매장 직원은 “산지 소값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달 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내는 평소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쉽게 맛볼 수 없었던 한우가 이제 삼겹살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라며 기뻐했죠. 하지만 김 과장은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사들고 매장을 나서면서도 남몰래 쓴웃음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초 실물펀드가 유망하다는 PB의 조언을 듣고 모 자산운용사의 ‘한우펀드’에 가입했기 때문이죠. 송아지를 키워 팔아 수익내는 구조로 돼 있는 만큼 산지 소 가격이 펀드 수익률을 좌우할 것은 뻔한 일입니다.
펀드운용사 측에서는 “한우 한 마리당 가격이 일정 수준을 밑돌면 유통업체에서 되사주는 조건이 있어 소값 하락에 따른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며 김 과장을 안심시켰습니다. 또 “소값 급락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밝히는군요.
하지만 한미FTA 타결로 농축산물 가격이 장기적으로 떨어질 게 분명해 김 과장은 고민입니다. 애타는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와 아이들은 오랜만에 한우를 구워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는군요.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