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PC업체 `특허소송` 회오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대만PC업체 특허 소송 일지(2007년)

 대만 PC업체가 연이은 ‘특허 소송’으로 궁지에 몰렸다.

 전 세계 생산 물량의 80% 이상을 싹쓸이하며 승승장구하던 ‘PC 공장’ 대만이 대규모 ‘특허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대만 PC업체는 삼성·LG전자 등 국내기업은 물론이고 미국 HP, 중국 레노버, 심지어 대만업체끼리 특허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에이서는 미국 텍사스 법원에 대만의 간판 주문자생산(OEM·ODM) 제조업체인 혼하이정밀·콴타·위스트론 3개 업체를 자사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에이서는 이들 업체가 자사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해 HP를 포함한 다른 브랜드 업체의 노트북PC를 생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중국 레노버도 대만 클레보가 두 가지 특허를 사용한 후 기술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HP도 에이서가 5개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로 다른 소송 2건을 제기했다. 이 밖에 대만 컴팔·FIC·콴타 등은 국내 삼성·LG전자와 소송 끝에 최근 이들 업체에 로열티를 주기로 합의하는 등 특허 문제로 맹공을 당하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뉴스의 눈>

대만의 대표 PC업체가 기술 특허로 발목이 잡혔다. 올해 들어서만 매월 한두 건씩 국제 송사에 휘말릴 정도로 대만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만에 ‘PC특허 비상령’이 내릴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대만은 전 세계 PC 생산기지로 불릴 정도로 승승장구해 왔다. 이미 기술이 보편화한 PC시장에서 대만은 생산 경쟁력을 무기로 전 세계 노트북과 데스크톱PC 심지어 주변기기 생산 물량까지 ‘싹쓸이’했다. 브랜드만 다를 뿐 모든 제품은 대만산 혹은 대만의 외주를 받은 중국산이라는 게 상식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특허는 취약한 상태였다. 기술과 디자인이 약한 대만업체의 선택이 ‘생산’이었고 결국 이런 ‘아킬레스 건’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PC 품목의 채산성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글로벌 브랜드 업체를 중심으로 고유 기술에 기반한 로열티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면서 대만 업체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미 대만의 대표 PC업체는 크고 작은 소송에 휩싸인 상태다. 대만의 ‘PC성공 신화’ 에이서를 비롯한 전 세계 1위 노트북 생산업체 콴타와 혼하이 등은 삼성전자·LG전자·HP 등에 소송을 당하거나 패소해 로열티를 지급하는 상황이다. 삼성·LG전자도 올해 초 이들 업체와의 특허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해 적지않은 기술 사용료를 챙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로 생산과 제조에 집중해 온 대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기술이고 이를 겨냥한 글로벌 업체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면서 ‘PC 강국’이라는 대만의 명성은 갈수록 위축될 것으로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