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5년차의 직장인 박모씨의 별명은 ‘쪽집게’다.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정확히 골라내서가 아니라 그 반대의 이유에서다. 희한하게 박씨가 사는 종목은 항상 내리막길이다. 오죽했으면 직장 동료들이 박씨가 매수한 종목은 팔고, 매도한 종목을 사야한다고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11일 마침내 1603.56을 찍었다. 지난달 9일 1500선을 넘어선 지 한달여 만에 100포인트가 상승해 코스피 1600 시대를 연 것이다. 이는 한달만에 6.6%, 올 들어서는 10% 이상 오른 결과이다. 연일 사상 최고 행진이 이어지는 증시, 과연 누가 돈을 벌었을까.
◇아! 힘없는 개미=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500선 돌파 이후 1600선을 돌파하기까지 최근 한달간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0.4%로 시장 평균에 크게 못미친다.
10개 종목 중 두산·두산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8개 모두 하향곡선을 그었다. 그나마 두산·두산중공업의 수익률이 각각 38%, 15.8%였기에 간신히 플러스(+) 수익률을 지켜냈다. 이들을 제외한 8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6%로 곤두박질친다.
개미들은 연초 최고의 IT주로 꼽히던 하이닉스를 2000억원 넘게 순매수했지만 수익률은 -4%였다. 반대로 1000억원 넘게 순매도한 대우건설과 LG필립스LCD의 수익률은 각각 26%, 17%에 달했다.
◇오! 힘얻은 기관=사실상 주식시장을 좌우하는 기관과 외국인의 대결은 기관투자자의 승리로 끝났다. 두 세력 모두 같은 기간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기관(20.8%)이 외국인(12.5%)을 크게 앞섰다.
기관은 한진중공업(50%), 효성(28%) 등에 베팅한 것이 주효했다. 기관은 순매도 종목도 10개 중 2개를 빼고는 모두 해당 기간 동안 주가가 떨어져 잘 사고, 잘 판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도 순매수 10개 종목 중 8개 종목이 오르며 양호한 성적을 거뒀으나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나란히 부진해 평균 수익률면에서 기관에 뒤졌다.
◇음...최후의 승자는=비록 최근 한달간은 기관이 우세승을 거뒀으나 올해 증시의 최후의 승자가 누가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가 1500에서 1600으로 오르는 사이 기관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각각 7000억원, 5387억원어치씩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반면 외국인은 기관의 매도 물량을 고스란히 받았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두 주식을 각각 8446억원, 3690억원어치씩 집중 매수했다. 개인도 이를 따라 하이닉스반도체에 매수로 대응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부진한 사이 기관은 매도를, 외국인은 저가매수 전략을 취한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이 하반기 반도체주의 부활을 점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외국인의 선택이 또한번 ‘대박’을 낳을지 주목된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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