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대표 김순택)의 역사는 곧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발전사라고 할 수 있다.
삼성SDI는 1970년 설립된 이래 최초 생산품인 진공관용 마운트에서부터 꿈의 디스플레이라고 불리는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세계 최초 양산 투자까지 디스플레이 분야의 기술을 선도해왔다.
삼성SDI는 70년 삼성-NEC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52년부터 흑백브라운관을 생산해 온 일본의 NEC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울주군 삼남면(현재 삼성SDI 부산사업장)에서 시작했다.
70년에는 최초 진공관 생산을 시작으로 71년에는 흑백 브라운관을 생산했다.
74년에는 삼성-NEC에서 사명을 ‘삼성전관’으로 변경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 해는 오일쇼크로 인해 절전형 브라운관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고, 삼성전관은 절전형 브라운관인 ‘퀵스타트’ 브라운관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브라운관은 전원을 넣고 최초 화면이 뜨기까지 20초 이상 걸렸지만, 퀵스타트 브라운관은 전원을 넣은 지 5초면 화면이 떴고 그만큼 전기가 절약됐다. 이 퀵스타트 브라운관을 채용한 TV가 바로 유명한 ‘이코노TV’다. 삼성전관은 75년 이코노TV 출시를 기점으로 당시 TV업계 1위 업체를 추월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진입했다.
컬러TV 시대가 열린 80년 삼성전관은 흑백 브라운관을 대체할 차세대 제품인 컬러브라운관(CPT) 사업을 시작했다. 수원전자단지 내에 컬러 브라운관 공장을 짓고 TV용 컬러브라운관(CPT) 생산하며 컬러 TV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그해 컬러 브라운관을 캐나다 일렉트론홈이라는 업체에 최초로 수출했다.
컬러브라운관 사업은 84년 다시 한번 전기를 맞아 크게 성장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컬러브라운관 생산능력(CAPA)를 1000만대로 증설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당시 세계 컬러브라운관 CAPA은 1억대였고, 삼성전관의 컬러브라운관 CAPA는 300만대에도 못미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모한 결정이라고 말렸지만, 삼성전관은 수원뿐만 아니라 부산에도 라인을 공격적으로 증설해가며 88년 1000만대 증설을 완료했다.
그리고 그 때의 투자는 80년대 말 엔저의 호황과 맞물린 브라운관 수요폭증을 만나 삼성전관을 급격히 성장시키는 동력이 됐다. 불과 5년 뒤인 93년 삼성SDI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컬러브라운관 1억대 판매기록을 세웠다. 2004년에는 초박형 브라운관인 ‘빅슬림’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21인치·29인치·32인치 등 다양한 기종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세계 TV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SDI는 1987년 LCD 1라인을 준공하며 LCD사업을 시작했다. LCD는 일본도 주력하고 있던 업종이어서 기술을 쉽사리 이전할 수 없었고, 먼저 시도해보고 오류를 수정해나가는 방식으로 LCD를 개발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삼성SDI는 TN-LCD, STN-LCD, TFT-LCD를 차례로 개발해내며 LCD사업에서도 성과를 거두었다.
91년TFT-LCD 사업을 삼성전자에 이관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모바일 디스플레이 사업부문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87년 삼성SDI는 샘트론을 컴퓨터 및 주변기기 사업의 독자적인 브랜드로 삼고 시장을 개척했다. 94년 모니터 사업은 삼성전자로, 컴퓨터 사업은 SDS로 이관하기 전까지 샘트론 브랜드는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88년 국내 최초 PDP 개발에 성공한 이래 삼성SDI는 PDP 업계의 선두주자로 달려왔다. 컬러브라운관을 대체할 차세대 대형 TV용 디스플레이인 PDP는 삼성SDI의 핵심사업부문으로 성장했다. 삼성SDI는 99년 42인치급 PDP 개발 성공을 시작으로 2004년 세계 최초 102인치 풀HD PDP까지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SDI는 1990년, 말레이시아 세렘방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의 닻을 올렸다. 현재 말레이시아 외에 독일, 미국, 중국, 멕시코, 브라질, 헝가리에 이르기까지 해외 10여개 법인 및 사무소를 설립해 글로벌 경영에 힘쓰고 있다.
삼성SDI의 차세대 비전은 AMOLED다. AMOLED는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릴 만큼 기존 디바이스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보이는 디스플레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기술적 난제로 인하여 지금까지 양산을 시도한 업체는 없었다.
삼성SDI는 2004년 세계 최초로 AMOLED 양산투자를 선언하고 천안사업장에 양산라인 건설에 돌입했으며, 최근 마켓테스트용 제품 출하까지 마친 상태다. 현재 3분기 본격 양산을 앞두고 세트업체와의 조율이 한창이다.
1999년 삼성전관에서 삼성SDI로 사명을 변경한 이래 삼성SDI는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3분기 양산을 앞둔 AMOLED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선보이고 부산사업장 P4라인의 양산을 통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의 최강자의 면모를 다시 찾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