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밤새 안녕하셨는지요.’
주식시장이 자고나면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한켠에서는 상장사 경영진을 향한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횡령·배임에서 불공정 거래에 이르기까지 그 유형도 가지가지다. 도대체 간밤에 사장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잇따르는 고소·고발=올들어 코스닥시장에서만 경영진 고소·고발 관련 공시 건 수는 20여건에 이른다. 단일 회사의 중복 공시를 더하면 30건을 훌쩍 넘어선다. 큐렉소·코스모씨엔티·큐론 등 5개사는 회계처리기준 위반,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 등으로 인해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검찰 고발됐다. 대부분 전 경영진이 자산 및 매출액을 허위·과대계상한 혐의였다.
솔빛텔레콤은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에 휘말렸다. 한 회사가 당초 솔빛텔레콤 전 경영진에 대한 횡령·배임혐의 고발건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받기로 했던 합의금 중 일부를 받지 못해 제기한 소송이었다.
이밖에 브로딘미디어는 지난 1년 사이 회사·대표이사·임원들이 서로를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하는 묘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소송건은 지난 3월 당사자들간 합의에 따라 취하됐다.
◇사장님에겐 무슨 일이=고소·고발에 관련된 경영진은 대부분 옷을 벗었다. 지난달 바이오업체 큐렉소의 대표이사 김모씨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검찰 고발 조치를 받았다. 회계처리 과정에서 무형자산을 290억원만큼 과대계상한 혐의다. 결국 김씨는 검찰고발과 동시에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이나이더스(현 나온)의 대표이사 최모씨도 지난 3월 회사 구조조정본부를 통해 전 대표 및 임직원들과 함께 횡령·배임혐의가 포착돼 같은 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구조조정본부의 실사 결과 55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회사에서 증발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최악의 경우 법정에 서기도 한다. 티에스엠홀딩스의 전 대표이사 이모씨와 함모씨는 가장납입 및 횡령사실이 확인돼 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투자자에겐 무슨 일이=경영진이 각종 소송에 연루되는 사이 해당 기업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 역시 원치않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지난달 나온으로 사명을 바꾼 이나이더스는 지난해 한때 주가가 2500원까지 올랐으나 지난 3월에는 200원대로 주저앉았다. 이 회사는 최근 다시 급등세를 타면서 900원대로 올라 지난 11일 증권선물거래소로부터 주가급등에 관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기도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치 않은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일단 전·현직 경영진이 소송에 연루됐다는 것은 기업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경영진이 교체됐더라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는지를 확인한 후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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