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을 뽑거나 지하철표를 살 때 1000원짜리 신권 지폐를 내뱉는 먹통 자판기 때문에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자판기공업협회(KOVA)에 따르면 전국의 음료 자판기 40만대 중에서 신권인식이 가능한 자판기의 비중은 3%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지갑을 뒤지면 아담한 1000원짜리 신권 몇장은 어김없이 나오는 상황에서 자판기업계의 대응속도는 턱없이 느린 셈이다.
자판기에 내장되는 1000원권 지폐인식기를 신권 전용, 또는 신구권 겸용 인식기로 교체하는 비용은 최소 20만원. 전국의 자판기를 전부 업그레드하려면 줄잡아 800억∼1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계속 방치하면 늘어나는 먹통 자판기 때문에 업계 매출이 크게 감소할 처지다. 하지만 자판기 업계는 아직은 지폐인식기 교체에 발벗고 나설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주 한국은행의 자체 집계결과 1000원짜리 신권 보급률은 겨우 31% 넘긴 수준인데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 때문에 기기교체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 또 지금 자판기를 업그레이드하면 신구권 겸용 인식기가 필요하지만 연말쯤에 교체할 경우 고장률이 낮은 신권 전용 인식기를 장착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롯데칠성, 동아오츠카 등 대형 음료회사들은 자체 자판기망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오는 추석 이전에 완료한다는 대략적인 계획만 갖고 있다.
동아오츠카의 경우 전국에서 운용하는 음료 자판기 1만5000대 중에서 지하철, 대학교 등 공공시설의 1000대만 우선 교체한 상황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신권을 못쓰는 소비자 불편은 알지만 구형 1000원권이 아직 유통되고 있어 시장상황을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자판기 3만5000대)과 코카콜라(1만대) 등 여타 음료회사들도 본격적인 음료 자판기의 교체시기는 7월 이후로 잡고 있다.
이와 달리 영세 자판기 운용업체들은 비용문제로 지폐인식기 교체를 포기하거나 최대한 늦출 전망이어서 소비자들의 불편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KOVA의 한 관계자는 “자판기 업체입장에선 소비자 편의성보다는 매출에 끼치는 영향에 따라 교체시기를 저울질할 수 밖에 없다”면서 “시중의 구형 1000원권 유통량(약 7억장)의 절반 이상이 회수돼야 업그레이드 작업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