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 관람객들은 작품 감상과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배병우, 이기봉 등 인기 작가 전시관에는 구매를 위한 줄까지 늘어섰다. 마감 시간이 임박하자 이수동 작가 작품 40여 점에는 이미 판매됐다는 빨간 딱지가 붙었다. 20여명 작가의 작품은 첫날 판매가 완료됐다. KIAF사무국 이담희 씨는 “개막 첫날 관람객이 지난해보다 3000명 이상 늘어난 7500여명”이라며 “미술품 구매가 일부 부유층에서 개인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땅 대신 그림을 샀다=최근 미술품이 새로운 재태크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미술품 경매 시장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뛰는 등 시중 돈이 몰리고 있는 상황. 지난 13일 막을 내린 KIAF에서는 5000여점이 넘는 미술품이 팔렸고 판매액도 지난해보다 80% 가까이 늘었다.
미술품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뛰어난 ‘내재가치’ 때문이다. 내재가치란 미래에 실현가능한 가치를 추산한 것. 미술품 경매사이트인 포털아트의 김범훈 사장은 “그림의 경우 향후 트렌드 변화에 따라 가격이 수백배 뛸 수도 있다”며 “실제, 박수근·도상봉·장욱진 등 인기작가 작품의 경우 몇년 새 가격이 1000% 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기존 최고 재테크 수단이었던 ‘부동산’이 각종 규제로 투자 매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아트 시장을 달구는 또 다른 이유다.
시장 성장에 따라 미술품 투자 수익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7년간 거래된 ‘블루칩’ 작가 15명의 작품 285점의 연평균 수익률이 12%인 가운데, 2005년에는 27.2%로 올랐다.
◇펀드로 그림을 산다=금융권에서는 관련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술품을 사들여 가격이 오른 후 되팔아 수익을 배분하는 펀드형 상품이 일반적. 펀드에 투자할 경우 작품을 구입했을 때의 보험·매매비용·세금 등의 부담이 없고 적은 자금으로 유명 작품에 투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아트펀드 ‘서울 명품아트사모1호펀드’를 내놨다. 미술품 선정은 표화랑이, 펀드운용은 서울자산운용이 맡고 김흥수·김창렬·백남준 등 인기작가 작품이 투자 대상으로 목표수익률은 연 10% 이상이다. 91년 ‘하나사랑’이라는 미술전시 공간을 개관하는 등 꾸준히 미술계를 후원해왔던 하나은행도 최근 80억원 규모의 아트펀드를 선보였다. 이들 펀드는 아직 만기가 안 돼 정확한 수익률을 알 수는 없지만 미술계 동향으로 볼 때 20% 가까운 수익률을 낼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미술품 시장이 과열됐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학고재화랑 정지영 큐레이터는 “모든 작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닐 뿐더러 실제 시장에서 작품이 유통되는 작가도 한정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작품 소장에 의미를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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