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 휴대폰 업체들이 활로를 찾아 신흥 CDMA 시장 개척에 나섰다. 휴대폰을 개발,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자본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합작사를 설립하고 기술 이전도 추진할 계획이다. WCDMA가 전 세계 3세대(G) 이동통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면서 CDMA 시장이 축소되고 있지만 CDMA를 복수 표준으로 삼고, 새롭게 이동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는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신흥 시장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CDMA 기술이 필요하다. 대기업보다는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기술 이전까지 가능한 국내 중소·벤처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속되는 CDMA 틈새 시장=그동안 중소·벤처기업은 휴대폰을 개발, 노키아·모토로라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공급해 왔지만 빠르게 뒤쫓아오는 중국 업체에 그 자리를 내주고 줄줄이 문을 닫아야 했다. 세원텔레콤·텔슨전자·스탠다드텔레콤 등이 대표적 예다. VK와 팬택이 각각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에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수단 등의 국가들은 빠르게 이동통신 인구를 확대하고 더욱 저렴하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CDMA를 복수의 표준으로 삼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CDMA 국민폰 보급, 인도 CDMA 사업자들의 초저가폰 발주, 베트남과 러시아의 CDMA 450 단말기 수요들이 모두 그 연장선에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이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현지 요구를 맞춰주다보면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이 공략할 틈새가 있다는 설명이다.
◇경쟁력 약화 우려=문제는 이들 나라의 현지 업체나 자본이 요구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CDMA 기술 이전이라는 것.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에어웨이브는 휴대폰 개발과 제조를 현지에서 하는 조건으로 합작법인 설립이 성사됐다. 앞으로의 성장세와 산업 후방 효과를 고려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기술 이전을 해 줄 해외 업체를 찾는 과정에서 이 회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협력 체계가 장기적으로 봐서는 우리 업체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ZTE와 하웨이가 CDMA폰을 개발해내고 중국이 거대한 휴대폰 제조 공장으로 변모한 것도 바로 우리 업체들이 현지 진출을 목적으로 기술 이전을 해줬기 때문이다.
나영중 유비컴 이사는 “현지에 합작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기술을 전수해줄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에서의 경우처럼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핵심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는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