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을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놀라우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화두가 날아들었다. 타임이 2006년 최고의 창작물을 유튜브로, 최고의 사람으로 ‘You’를 거의 선언에 가까운 표현으로 발표했는데 많은 사람은 고개를 끄떡이며 받아들였다.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최고의 산물과 사람을 선정하는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전 세계는 다소 충격을 받은 듯했으나 얼마 안 돼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현실과 현상에 대해서 기존의 생각을 과감히 바꾸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런 변화의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고 인기기업의 자리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닌 구글이 차지한 것이나 위기의 회사인 애플을 미래 성장형 기업으로 바꾸어 놓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팟이나 아이튠스는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새로운 검색엔진의 비즈니스 모델, 음악의 새로운 서비스 등의 창의적 발상이 아주 짧은 시간에 산업의 형태를 바꾸고 세상의 인식을 바꾸어 놓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런 세계적인 변화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우리만의 문화적 틀을 유지하며 세계를 놀라게도 하고 당사자들을 당혹하게 하는 현상도 있다. 검색엔진의 전 세계시장을 석권한 구글이 우리나라에서는 5위권 밖에 위치해 있고 아이팟이나 아이튠스가 우리의 음악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와 소비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인 폭풍에 휩싸이지 않거나 우리나라가 앞서가는 영역이 있음은 우리만의 정체성과 경쟁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문화는 우리나라가 선도해 가고 있고 온라인 게임은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2001년 국가기술자문위원회가 미래의 성장기술 6T를 선정하면서 문화기술(CT)을 채택한 것도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미래 지향적인 우리만의 개념이었다. 아직 이 CT의 정체성이나 성과면에서 다른 5T와 비교하기에는 미약한 측면이 있지만 우리만의 감성적 특성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선도해 간다면 충분히 세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원의 가공이나 새로운 발견 중심의 기술을 벗어나서 문화적인 요소를 새로운 가치로 창출하는 데 필요한 전혀 다른 의미의 기술과 개발이 이루어지는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기술의 정의와 영역은 산업혁명 이후에 형성된 것으로 물적 재화를 생산하는 생산기술 중심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산업혁명 이전에는 보다 넓은 의미로 인간의 욕구나 욕망에 적합하도록 주어진 대상을 변화시키는 모든 인간적 행위를 총칭해 예술과 의술 등도 포함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기계문명이 중심이 된 기술의 정의를 지식과 창의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문명사회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바꾸어야 한다.
UCC가 일부의 전문가 중심에서 창의성 중심의 다양한 콘텐츠 사회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옮겨온 것처럼 창의와 감성적 표현을 비롯해서 인간의 정신적 문화적 욕구에 적합하게 하는 것들을 기술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현대적 흐름을 앞서서 CT를 성장동력으로 인식한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인식하고 지금과 같은 협의의 기술관념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기술에는 R&D가 선행돼야 하기에 현대 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과 미래를 R&D 투자와 성과로 측정하고 있다. 이런 R&D를 이론적으로 접근해 보면 국가 간의 기술 차이가 무역을 일으키고 이런 무역패턴의 원인을 연구, 개발요소에서 구하는 학문이 R&D이론이라 불린다.
21세기의 중요산업으로 인식하는 문화산업도 국가 간의 차이에 의해 그 흐름이 있는 중요한 무역영역이 됐음은 자명하다. 문화산업의 중요한 경쟁력과 갭도 R&D의 영역으로 인식돼야 함을 알 수 있다.
이제 선진국에서 유입된 5T의 개념을 넘어서 예술과 감성, 문화와 창의를 새로운 기술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R&D의 이론적 경쟁력으로 마련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 개념을 받아들여 우리의 경쟁력으로 만들어 온 것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적인 흐름에도 침식당하지 않는 우리만의 문화적 특성을 중심으로 우리가 주창한 CT를 세계화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설기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기술인력본부장 snow@koc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