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업계 "텃밭은 사라졌다"

ATM업계 "텃밭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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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권 화폐 발행으로 수년 만의 ‘특수’를 누렸던 ATM업계가 이제는 오히려 무한경쟁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ATM 업계 3인방인 노틸러스효성·청호컴넷·LG엔시스가 각기 지켜오던 ‘텃밭’이 이번 ATM 신규기기 도입으로 완전히 무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권 유통을 위한 시중은행의 ATM 신규 기기 및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는 물량의 80∼90%가 결정돼 사실상 마무리에 들어간 상태다.

 

 ◇텃밭은 사라졌다=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ATM 시장은 공급사 별로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었다.

 LG엔시스는 농협·수협·우체국 등 특수 은행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LG그룹의 전국 영업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활용, 군소 시·도·읍·면까지 ATM 기기를 보급했기 때문이다.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던 청호컴퓨터는 한일·상업은행 등 잘나가는 시중은행 시장을 꽉 잡았고, 노틸러스효성은 청호컴퓨터와 시중은행 시장을 양분하면서 부산·경남은행 등 지방은행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2007년 현재 이 같은 ‘공식’은 무너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은행과 농협이다. 거의 5000대 가까운 ATM 기기가 들어갈 예정인 국민은행 물량을 청호컴넷이 2140대, 노틸러스효성이 1850대, LG엔시스가 1200대를 확보했다. LG엔시스가 국민은행을 뚫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의 경우도 청호컴넷의 우세 속에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도 100대 이상의 공급권을 얻었다.

 반면, 농협의 경우에는 노틸러스효성 2000대, 청호컴넷 1300대 등 상당한 물량을 확보, LG엔시스의 벽을 일부 허무는 데 성공했다.

 ◇은행 인수합병과 통합 구매 열풍이 주요인=이에 대해 ATM 업계는 “지난 5년 동안 국내 은행을 강타했던 다양한 이슈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ATM 및 CD기기를 구매하려면, 은행 기밀 정보도 ATM 개발사와 공유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거쳐야 한다. 보수적인 금융권 속성상 여러 벤더 기종 도입이 사실상 어려웠다.

 그러나 IMF 이후 은행들이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ATM 기종이 벤더별로 섞이기 시작했다. 최근 우리은행을 필두로 최소 1년 많게는 3년까지 물량을 보장해주면서 단가를 내리는 통합 구매 방식이 유행하면서 ATM 시장은 가격 위주로 재편됐다.

 신준철 LG엔시스 그룹장은 “신권 ATM 기기 도입 프로젝트에서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기존과 달리 제안서를 모든 벤더사에 공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무한경쟁 돌입 VS 3강 구도 고착화=이제 ATM업계의 경쟁 심화는 불가피해졌다. ATM 입찰마다 노틸러스효성·청호컴넷·LG엔시스·FKM 등 1∼4위 업체가 모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웅 청호컴넷 이사는 “원가 대비 성능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간 경쟁은 심화됐지만, 신규 업체의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FKM가 LG엔시스 공장을 통해 완제품을 공급하는 등 긴밀히 협력하면서 LG엔시스(FKM), 노틸러스효성(오키), 청호컴넷(옴론) 3강 구조는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