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물질의 유출 가능성까지 사전에 철통방어한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를 가상한 대규모 방재훈련이 지난 15·16일 양일간, 월성원전(2호기) 일대에서 열렸다. 이번 훈련은 과학기술부를 비롯해 소방방재청·경상북도·경주시·원자력안전기술원·원자력의학원·한국수력원자력 등 7개 기관이 공동주관해 국방부·보건복지부 등 30여개 기관 900여명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실시된 방사능 관련 대규모 훈련으로 향후 매 5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장은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기자는 사건 발생을 가정하고 김 부총리가 탄 헬기에 동승해 서울에서 월성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직접 취재했다.
김우식 부총리는 “국가 방사능방재 대응체계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중앙·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대응능력과 유관기관의 방호 및 진료 지원체계를 종합 점검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오후 1시 15분. 비상사태가 접수되자 과기부는 우선 방재대책본부를 꾸리고 경상북도·경주시·원자력안전기술원·원자력의학원 등의 비상대책본부와 협력해 사고상황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사고현장에서 10㎞ 떨어진 월성방사능방재센터에는 박영일 과기부 차관을 센터장으로 하는 현장지휘센터도 긴급 설치됐다.
과기부는 위기평가를 통해 경보(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를 차례로 발령하고 유관기관에 관련 상황을 전파했다. 현장지휘센터에는 방재요원 200여명이 소집됐고 부총리 등 일부인력은 군용 헬기를 통해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지휘센터는 사고상황분석과 방사선 영향평가, 피해지역 예측, 주민보호조치 의사결정 등 사고대응활동을 총괄한다. 현장에서는 미리 온라인으로 구축된 ‘비상대응정보교환시스템’(ERIX)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사고정보와 상황판, 대응조치 사항 등을 모든 유관기관과 공유할 수 있도록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모든 조직이 상황에 따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된다.
16일에는 사고가 확대되는 것을 가상해 사고수습과 주민보호 활동을 중점 훈련했다. 원전 부지주변 환경방사능 감시는 군과 해경, 원자력안전기술원이 합동으로 육·해·공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9시 30분. 김 부총리 주재로 훈련기관 전체를 연결하는 영상회의가 열렸다. 그동안의 사고상황을 점검하고 대책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같은 시각, 피해 주민들은 구호소가 설치된 경주실내 체육관으로 이동해 진단과 치료를 받았다. 현장 방사선비상진료소 구호소에서는 방사선 피폭환자를 진료하는 시연을 했고 150여개 첨단 방재장비도 소개됐다. 방사선 피해가 큰 환자는 지역 119구조대 헬기를 이용해 국가방사선비상진료기관인 경북대 병원으로 후송됐다.
훈련상황 오전 11시 45분. 평상시의 10만배를 초과하는 1뢴트겐을 넘는 감마선량률이 관측됐다. 정부는 방사능재난상황임을 선포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로 전환하는 과정까지 훈련을 계속했다.
오후 2시 20분. 고장났던 비상노심냉각계통 및 원자로 건물 격리기능이 순차적으로 회복되면서 원자로가 안정상태를 유지하고 방사성 물질의 환경방출이 중단됐다. 원전 주변의 방사선준위도 점차 정상범위로 환원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방사능재난을 해제하면서 사고조사·복구대책을 수립하고 훈련을 마쳤다.
과기부 문병룡 원자력안전심의관은 “이번 훈련을 통해 방사능방재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 대응능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며 “훈련을 통해 정부 방재대책이나 대응 매뉴얼의 실효성을 확인하는 한편, 추가로 보완 및 발전시켜야 할 대책을 수립해 반영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성=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