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최근 공고한 ‘제2정부통합전산센터 이전 1차사업’ 입찰에서 매출액 합계 기준으로 상위 1, 2위 업체 간 컨소시엄 구성을 제한, 사실상 중소업체의 공공기관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잡은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2005년 소프트웨어사업 분야별 매출액의 합계 기준으로 상위 1, 2위 업체는 양사 간 공동수급 구성을 금지한다’는 기준을 추가했다. 예외적이지만 이번 입찰을 통해 정책 당국은 입찰 참가자격 조항에 예전에 없던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내용은 무엇인가=정통부는 이번 입찰 공고문 내용 중 ‘입찰참가 자격 기타 유의사항’에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제24조 및 동 시행령 제17조’를 근거로 내세워 매출 상위 1, 2위 업체 간의 컨소시엄 구성을 제한했다. 이는 최근 실시해 완료단계에 있는 제1정부통합전산센터 이전 사업 입찰조항에도 없었던 내용이다. 아울러 그동안 매년 실시해온 공공 부문 입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생소한 조항이다.
◇제한규정 왜 추가했나=정보통신부가 논란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제한규정을 추가한 가장 큰 이유는 유찰에 따른 공사지연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업계 1, 2위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이들을 이길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본 타 업체가 입찰에 불참하게 되고, 단독입찰에 따른 유찰이 거듭되다 수의계약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이다.
강중협 정보통신부 정부통합전산센터장은 “과거의 사례를 비춰볼 때 상위 1, 2위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타 컨소시엄 간의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중소업체들의 참여기회를 확대해 우수 사업자를 가려 선발하면 프로젝트 결과의 질도 향상되기 때문에 발주기관 입장에서는 양질의 성과 도출은 물론이고 경쟁확대에 따른 정부예산 절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논란은 없나=하지만 이 같은 조항은 계약자유의 원칙과 국제입찰규정에도 부합되지 않아 문제가 있다. 그동안 정보통신부나 행정자치부가 전자정부지원사업을 추진하며 이 같은 조항으로 입찰자격 자체를 제한한 바 없어 그에 따른 위법성 여부가 도마에 오른 적은 없다. 그러나 최근 성남시청사 건립공사 입찰과정에서 성남시가 조달청에 입찰대행을 의뢰하며 시평액 2조원이 넘는 1∼9위 건설사 간의 공동수급을 금지하는 제한규정을 넣도록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자체적인 계약심사협의회의 회의와 유권해석을 내릴 수 있는 재정경제부·행정자치부 등의 자문을 구해 결국 제한규정을 넣지 않기로 최종 결심하고, 제한규정 없는 입찰을 현재 진행 중이다.
국가계약제도 개선 및 국가계약법규 질의회신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조민교 재정경제부 세제개혁과 담당은 “최근 이번 사안을 놓고 구두 질의가 있어 상호 논의한 바 있으나 서면상 질의나 답변이 오간 적은 없어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며 “국가계약법상 제한규정이 없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나=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데다 업계의 이의도 제기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18일 개찰되는 이번 입찰은 당초 안대로 제한규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 1, 2위 업체가 삼성SDS와 LG CNS로 명확히 노출되는 현 상황에서 두 업체 중 하나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를 자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만일 업체가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게 되면 성남시청사 공사입찰 사례와 같은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그런데도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제한규정에는 1, 2위 간의 공동수급을 금지하고 있지만 1, 3위 제휴는 가능해 대형업체 간의 제휴를 막자는 취지를 달성할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1, 2위 업체를 포함한 하위권 업체와의 컨소시엄이 불가능한 것도 이번 조항의 맹점으로 지적된다.
중소 IT서비스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 IT서비스 업체들이 독식해온 공공시장에서 능력있는 중소업체의 진입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의미가 있어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방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이후 사업에서 얼마나 융통성 있게 반영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