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 산하 정부운영위원회의 활동이 갈수록 부실해지고 있는 것은 설치 때부터 체계적인 운영목표나 중장기적인 계획이 미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설치 당시에는 주요 사안의 정책결정 수단이면서 검증절차가 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의미가 퇴색하고, 영향력이나 중요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법령 개정 등을 통해 각종 위원회의 존립근거나 운영목표를 시대변화와 정책 흐름에 따라 시급히 정비해야 된다는 지적이 높다.
◇운영 실태=정부운영위원회 활동이 미비하거나 부실하다는 지적은 그동안 산자부 안팎에서 여러 번 제기돼 왔다. 이때마다 산자부는 자체 계획을 통해 실태점검을 하고 이로써 위원회의 정비와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개선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 28개 위원회 가운데 18개가 연간 위원회 개최 건수가 없거나 단 한 건에 불과한 게 단적인 증거다. 특히 이들 운영실적이 미미한 18개 위원회 가운데에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곳이 5개, 장관이 위원장인 곳이 2개나 됐다. 차관이 위원장인 위원회도 4개였다.
산자부 관계자는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너무 높은 직급의 위원장은 한두 단계 아래 급수로 하고 위원 수도 줄여 운영을 더욱 내실화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며 “위원회 통·폐합에 법령개정이나 정책적 결정이 따라야 하는만큼 쉽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설치부터 신중해야= 위원회의 설치는 산업정책을 신규로 발굴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많다. 하지만 위원회의 설치목적과 존립 근거 등은 모두 법령에 의해 마련되는만큼 통·폐합 시에도 법령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즉 위원회의 용도폐기 상황이 닥쳐왔더라도 통·폐합 등의 조정이 쉽지 않아 설치 때부터 운영방식이나 단계적 활동방향, 존치기간 등을 신중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실체 없이 위원회 명칭만 남는 일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원장의 직급 때문에 위원회가 부실화되는 사례도 많다. 정책이 발굴되거나 시행 초기에는 정책적인 의지가 강해 고위 인사를 위원장으로 영입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국무총리처럼 지나치게 높은 직급의 인사가 위원장일 경우 시간이 지나면 위원회 운영에는 오히려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현재 산자부 산하 정부위원회에는 국무총리·장관·국무조정실장 등이 위원장을 맡는 곳이 많다. 차라리 실무를 책임질 수 있는 본부장급을 장으로 하는 위원회가 더 알차게 운영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타부처도 유사할 듯= 정부운영위원회의 부실은 비록 산자부의 일만은 아니라는 산자부 관계자의 해명에는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부처 역시 산자부와 비슷한 흐름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산자부 산하기관의 한 관계자는 “부처마다 실·본부·팀 단위에서 위원회를 만들지만 책임자와 실무자의 잦은 보직 변경으로 위원회를 내실화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든 부처마다 새로운 정책과제가 생겨나면서 기존 위원회에 대해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 등 부처마다 위원회 활성화 지침 등을 비롯, 위원회에 대한 조정·정비 계획 등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실 있는 위원회 운영을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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