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메인화면 뉴스 게재 여부를 판단하는 데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댓글 관리는 더욱 빡빡해질 전망이다. 정치권과 공정거래위원회 뿐만 아니라 법원까지 포털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만큼 책임을 강화하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최영룡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김모씨가 “허위 사실이 포털 등에 퍼지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며 네이버·다음·네이트닷컴·야후 등 4개 포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1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포털에 게재된 김씨의 기사에 개인정보를 올리며 비방 댓글을 네티즌들이 올리도록 한 데 대해 포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기사 게재와 댓글 관련 명예훼손에 대해 포털의 책임을 직접 판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대선에까지 영향 미친다=댓글 명예훼손과 관련한 첫 판결로 올해 말에 치러지는 대선 정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요 포털들은 포털에 제공하는 언론사의 뉴스 중 명예훼손 가능성이 큰 뉴스를 마음놓고 게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영향력이 지난 2002년 대선 때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볼 때 민감한 대선 뉴스 게재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대선 뉴스 서비스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다음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해봐야 입장을 정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포털은 기사를 수정하거나 편집하지 않기 때문에 뉴스의 게재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포털의 주장에 대해 “포털들은 여러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기사를 게시해 영향력이 기사 작성자보다 더 커질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포털이 단순한 전달자에 그쳐 기사 내용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게시판·댓글 없어지나=속단하기 이르지만 뉴스 게시판과 댓글 등이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요 포털들이 지속적으로 관리 요원을 늘려 왔지만 악성 댓글이 근본적으로 사라지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악플 관리에 대한 책임을 포털에 묻는다면 오히려 댓글 기능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지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1차적인 책임이 기사를 쓴 언론사와 악플러에게 있는데 유통한 포털 사업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리”라며 “명예훼손은 기본적으로 친고죄여서 현행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 따라 피해자의 신고가 들어올 경우에만 포털이 해당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다”며 “현행법과 관계없이 이번 판결처럼 포털에 일방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 악플을 모니터링하는 데 물리적인 한계가 드러나기 때문에 댓글이나 게시판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포털들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