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드라이빙` 스타트

국내 기업인 대진공업이 CNT를 적용해 상용화한 자동차부품. 이 제품은 철분말을 이용해 주물방식으로 제작된 기존 자동차 부품과 달리 0.5% 이하의 CNT를 철과 함께 고압처리해 개발한 것으로 인장강도는 기존 방식에 비해 6배, 인성은 1.5배, 경도는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국내 기업인 대진공업이 CNT를 적용해 상용화한 자동차부품. 이 제품은 철분말을 이용해 주물방식으로 제작된 기존 자동차 부품과 달리 0.5% 이하의 CNT를 철과 함께 고압처리해 개발한 것으로 인장강도는 기존 방식에 비해 6배, 인성은 1.5배, 경도는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나노기술이 자동차에 몸을 실어 도로 위를 누빌 날이 머지 않았다. 전기전자 분야와 함께 나노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유력한 곳으로 꼽히는 자동차 산업에서는 나노·세라믹, 나노·메탈 복합소재와 부품, 그리고 페인트·코팅제·타이어 등 자동차 안팎의 모든 분야에서 나노와의 만남이 추진되고 있다.

 ◇나노, 자동차를 바꾸다=해외 시장조사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오는 2015년 자동차 응용분야에 나노기술이 적용되는 비율은 약 7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노기술이 자동차 부품·소재와 만나 내놓을 선물은 우선 탁월한 기능성과 비용절감 효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노기술은 기능성 표면재료, 타이어 등에 이어 높은 강도와 경량구조를 실현할 수 있는 표면 강판, 내부 부품 등으로까지 응용이 시도되고 있다. 이미 경량화를 겨냥한 자동차 부품은 GM 등 자동체 메이커에 부분적인 채용이 시작됐다.

 고분자 재료에 나노미터 크기의 실리카 입자를 분산시키면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도의 범퍼를 제작할 수 있고 내부 부품에도 탄소나노튜브(CNT) 등을 결합한 제품으로 강도와 무게라는 두마리 토끼잡이가 가능해졌다.

 또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를 고분자 재료에 분산시키면 잘 닳지 않으면서도 제동 성능이 뛰어난 타이어 제조가 가능해진다.

 차량용 페인트에 나노 크기의 두께를 갖는 나노입자를 분산, 도색하면 자동차를 바라보는 위치와 빛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띠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긁힌 차량표면이 자동으로 복원되는 나노 페인트 기술도 개발이 진행중이다.

 표면이 나노 크기의 돌기로 이뤄져 비가 오면 먼지와 함께 빗방울을 흘려보내는 연꽃 잎의 특성을 이용한 제품도 등장했다. 이미 타이어용 알루미늄 휠에도 이 같은 효과가 응용되고 있으며 향후 차체의 코팅제로 활용될 경우 물을 뿌리는 것만으로도 탁월할 세차효과를 낼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자동차인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에도 나노기술은 빠지지 않는다. 일반 자동차 엔진과 전기모터·축전지가 결합돼 필요에 따라 휘발유·경유 등 기존 연료와 전기 에너지를 교대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의 축전지에도 나노소재의 응용이 시도되고 있고, 수소를 이용해 전기동력을 발생하는 연료전지차의 전해질 촉매와 멤브레인(membrane)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나노와 자동차의 만남은 배출가스 정화와 에너지 사용감소 등을 통한 환경친화적 제품 생산이 궁극적인 목표다.

 자동차 배기 시스템은 질소산화물(NOx)·황산화물(SOx)·탄화수소(HC)·일산화탄소(CO) 등 유해가스를 정화하기 위한 촉매가 필요한데 여기에 백금 등으로 이뤄진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촉매 입자가 벌집모양으로 코팅하면 유해가스와 미세먼지 등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또 영국에서는 적은 양의 셀레늄산화물 나노입자를 경유차 연료에 첨가, 연료소비를 5% 정도 줄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자동차 연비를 높여 결과적으로 공해를 줄이는 것도 나노 자동차의 지향점이다. 자동차용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재료에 나노재료를 결합하면 약 25%의 중량 감소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고 이는 곧 연료 사용량 감소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낳는다.

 ◇글로벌 경쟁의 점화=아직 나노기술은 소비자의 낮은 인식, 높은 가격 등으로 상용 자동차에는 매우 제한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나노기술이 주는 장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규모의 경제’에 따른 단가 경쟁력까지 확보되면 매우 가파른속도로 자동차 산업을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미 미국을 비롯해 한국·유럽·일본 등 선진 자동차 및 나노 업계가 업종간 결합을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후발주자인 중국까지도 지난 2005년 차체의 100%를 나노재료로 제작한 나노자동차가 개발하는 등 이 분야 경쟁은 시장 선후 주자를 가리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나노기술 상용화 노력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미 대진공업·카본나노텍 등이 기존에 철분말 주물식으로 제작된 것보다 강도와 경도를 크게 높인 CNT 적용 차량용 부품을 개발, 시장공급을 꾀하고 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