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와 통신 사업자의 절묘한 만남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글로벌 게임기 업체와 국내 통신 사업자 제휴 기대효과

 차세대 홈플랫폼 시장을 겨냥한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X박스360’를 매개로 한 통신사업자와 글로벌 제휴 가능성을 언급해 이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다. 게임기를 ‘홈 게이트웨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게임기 업체의 전략과 융합시장 선점을 위해 TV포털 가입자 확대에 사활을 거는 유선통신사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 손해볼 게 없는 윈윈 게임=SCE코리아와 하나로텔레콤 등은 올초부터 협력 가능성을 논의해 왔다. SCEK는 PS3를 셋톱박스로 활용할 경우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는 계산이다. 하나TV 30여만명을 비롯해 40만명에 가까운 TV포털 가입자에다 향후 잠재수요까지 감안하면 PS3의 판매량 증가가 기대된다. ‘TV포털 서비스까지 가능한 게임기’는 마케팅에도 X박스360과 차별화하는 요소가 된다. 소비자에게 먹힌다는 얘기다. 게다가 게임기에서 통신서비스 기능까지 제공되면 홈게이트웨이로서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진다.

 통신사업자 역시 도움이 된다. 소니와 PS3라는 브랜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셋톱박스 구매 비용도 줄어든다. 셀런의 셋톱박스를 공급받아 온 하나로는 앞으로 셋톱박스 구매선을 다변할 계획이었다. 따라서 제휴가 성사돼 PS3가 판매되면 추가 비용없이 가입자 유치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가입자 유치비용 가운데 일부를 SCEK나 총판 등에 제공한다고 해도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소비자 역시 나쁘지 않다. PS3로 게임을 하면서도 셋톱 추가구매 비용없이 TV포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3년 약정을 해야만 셋톱박스가 무료다.

 ◇ 제휴에 대한 시각차는 존재=가능성은 높지만 제휴를 바라보는 온도차는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SCEK와의 제휴 성사 가능성은 물론 제휴 내용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SCEK 측은 약간 거리를 뒀다. SCEK 관계자는 “하나로와 논의중인 것은 맞지만 KT와 파워콤과도 동일한 수준의 논의를 하고 있으며 특별하게 더 진전됐다거나 하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본사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사안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KT 측은 “SCE와 유사한 내용의 협의를 진행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것은 좀 더 지나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PS3 발매일인 내달 16일에 맞춘 프로모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시기적으로는 다소 촉박하다는 것이 SCEK 측의 입장이다.

 ◇ MS 등 타 사업자의 행보 주목=X박스360으로 SCE와 엇비슷한 야심을 노리는 MS의 행보가 주목된다. MS는 지난해 SES에서 본사 차원의 IPTV 연계 서비스를 공식 언급했다. MS의 한 관계자는 “IPTV쪽으로는 MS도 관심이 많아 글로벌 캐리어(통신사업자)와 같이 가는 것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내 사업자와 당장 협의를 진행중인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MS가 KT와 다수의 전략제휴를 체결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점을 감안하면 제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CE의 움직임이 MS의 행보를 더욱 빠르게 할 전망이다. 만약 SCE가 하나로와 제휴를 맺고 MS가 KT와 제휴를 맺는다면 경쟁구도 자체가 관심거리다. 여기에다 삼성전자 등 가전의 맹주들까지 가세할 경우 홈플랫폼 시장 경쟁은 한층 더 복잡한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조인혜·이진호기자@전자신문, ihcho·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