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CAS]유료방송 `입장권`...보안성이 최대 경쟁무기

[월요기획-CAS]유료방송 `입장권`...보안성이 최대 경쟁무기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CAS 업체의 IP셋톱박스 공급사와 파트너십 시장 점유율

“수신제한시스템(CAS)이 없으면? 돈을 벌 수가 없습니다.”

지상파 방송에 이어 케이블TV, 위성방송, 휴대이동방송, 인터넷프로토콜TV(IPTV) 등 새 방송 플랫폼이 잇따라 등장했다. 기존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 다양한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출시와 맞물려 수신제한시스템(Conditional Access System, CAS)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CAS는 유료방송 시스템에서 가입 고객만 선별, 콘텐츠를 보게 하는 핵심 솔루션이다. 방송사업자는 CAS를 사용, 유료방송과 부가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한다.

◇CAS는 방송 입장권=CAS는 쉽게 말해 유료방송을 시청할 권한을 부여하거나 제한하는 시스템이다. 가입자가 시청료에 걸맞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입장권’ 개념이다.

방송사업자가 콘텐츠에 암호를 걸어 지상파, 광동축혼합망(HFC), 위성망, 인터넷, 휴대이동방송망 등으로 시청자에게 전송하면 시청자가 시청료를 냈는지, 냈다면 얼마나 냈는지 등을 점검해 암호를 풀어 준다. 따라서 방송사업자에게 CAS는 유료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수익의 원천이자 핵심 시스템이다. CAS가 없는 방송사업자는 광고 기반의 무료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다.

CAS를 완비한 방송사업자는 다양한 사업모델을 수립할 수 있다. 페이퍼뷰(PPV), 주문형비디오(VoD) 등 기본적인 방송부가서비스는 물론이고 CAS에 입력된 가입자 정보를 활용한 t커머스, 가입자 성향을 분석한 푸시형 광고 등 다양한 타깃마케팅 기법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고객정보를 담은 CAS는 해킹의 위협이 상존한다. 꼭 고객 정보를 가져가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해커들은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혹은 상업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유료방송 CAS를 해킹한다. 따라서 모든 방송사업자와 CAS 업체는 ‘콘텐츠 보호의 안전성과 보안성’이 자사 CAS 특징 1순위라고 강조한다.

◇작동 원리=CAS는 방송사업자의 ‘가입자 인증시스템’과 셋톱박스의 ‘암호해독시스템’ 고객정보를 수록한 스마트카드와 가입자관리(POD)모듈로 구성하는 게 기본이다. 특히 두번째 셋톱박스의 암호해독시스템만을 CAS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정 방송의 시청을 원하는 사람이 서비스에 가입, 셋톱박스를 설치하면 △가입자 거주지역 △가입 서비스 종류 △셋톱박스 종류 및 셋톱박스 지원하는 서비스 △스마트카드 정보 등이 방송사업자의 고객관리시스템에 저장된다. 방송사업자는 이 정보를 서비스이용 명령어로 변환해 각자가 보유한 방송망으로 송출한다.

이 때 각 방송 채널별 식별정보(ID) △방송시간 △시청등급 △서비스 가격 △부가서비스 가능 여부 및 종류 △시청 권한 등 서비스 정보도 함께 송출한다.

이후 과정은 셋톱박스의 암호해독시스템이 맡는다. 우선 암호해독시스템이 전달받은 명령어를 스마트카드에 수록한 정보와 비교해 일치하는지를 확인한다. 일치할 경우 추가 정보를 확인, 가입자가 돈을 지불한 만큼만 서비스 이용을 허락해 준다.

프리미엄 채널을 신청하지 않은 케이블TV 가입자가 캐치온 등 프리미엄 채널로 들어가면 물결치는 검은 화면만 보이는 것은 가입자의 셋톱박스의 암호해독시스템이 스마트카드에 수록된 정보가 캐치온을 보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 플랫폼 늘어나면서 중요성 더해가=방송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CAS 중요성이 더해왔다. 더욱이 작년부터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IPTV가 갖는 사업적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각 방송 플랫폼에 CAS를 제공하려는 국내외 업체들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디지털 방송 플랫폼에선 CAS를 통해 수집된 고객 정보를 이용한 방송사업자의 다양한 신규 사업모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CAS 업계 관계자는 “CAS로 수집한 고객 정보는 타깃마케팅, 푸시형 광고 외 다양한 사업에 활용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방송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도 CAS 중요성 부각에 일조했다. 아날로그 방송에서 CAS는 단순히 2∼4개의 경우의 수로만 수신제한 기능을 수행했지만 디지털방송 시대에 접어들면 훨씬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한 복잡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1과 0의 조합으로만 이뤄진 디지털 콘텐츠는 아날로그 콘텐츠와 달리 복사할 때에 화질 열화가 발생하지 않아 콘텐츠와 서비스모델 자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CAS 기능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 지상파 DMB CAS 우선공급대상자 선정이나 KT, LG데이콤에 이어 현재 진행중인 하나로텔레콤의 IPTV CAS 공급자 선정 과정에서도 각 방송사업자는 다른 점보다도 CAS의 보안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중이다.

우병기 이데토코리아 지사장도 “CAS는 디지털방송의 핵심 솔루션”이라며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 콘텐츠를 보호하는 CAS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전 세계 CAS 업체 각축장=방송 플랫폼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한국은 이데토, NDS, 나그라비전 등 전 세계 CAS 시장을 분할하는 CAS 업체의 경쟁 무대다. 엑스크립트, 코어트러스트, 싸이퍼캐스팅 등 국내 CAS 업체가 이들에게 자체 기술력으로 도전장을 던지는 무한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이데토는 위성 DMB 사업자 티유미디어에 CAS를 공급함으로써 첫 위성 휴대이동방송 CAS를 공급했다는 레퍼런스를 만들었다. 지난해 티유미디어가 복수의 CAS를 적용하는 ‘시뮬크립트(Simulcrypt)’ 정책을 도입해 싸이퍼캐스팅도 티유미디어 CAS 공급 업체로 참가했다.

NDS는 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 CAS를 공급했으나 최근 엑스크립트가 스카이라이프와의 CAS 정합 시험에 성공함으로써 스카이라이프가 시뮬크립트를 적용하는 경우 양 업체의 경쟁 가능성이 열렸다.

엑스크립트는 중동 등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했으나 그간 쌓은 기술력과 레퍼런스로 국내 시장에도 본격 진출하겠다는 생각이다.

NDS와 나그라비전은 케이블TV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최근엔 이데토와 함께 IPTV 시장 쟁탈전을 벌였다. 진행중인 하나로텔레콤의 CAS 수주전에선 이데토와 나그라비전,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업체로 시작한 코어트러스트가 경합중. 코어트러스트는 베이징웨룽 등과 협력, 중국 휴대이동방송 시장을 노리지만 국내 시장도 놓칠 수 없다는 각오다.

김홍열 에이스텔 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레퍼런스가 확고한 CAS 업체는 몇 되지 않으며 한국은 CAS 업체가 포화상태”라며 “매 사업 수주때마다 각사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DRM과의 결합에도 고심=전 세계 CAS 시장 규모가 앞으로 매년 소폭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에 따르면 케이블TV와 위성방송 CAS 시장 규모는 올해 약 20억달러를 기점으로 소폭 감소하게 되며 이동통신사 관련 CAS 매출도 내년부터 조금씩 줄어든다.

ABI리서치는 작년 이 같은 전망을 발표하면서 그 이유로 △증가하는 DMR 시장과의 경쟁과 △새로운 영상 배급 시스템인 브로드밴드 규모의 확대 두 가지를 들었다.<표참조>

ABI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전통적인 기술을 교체하고 새 시장을 만들어냄으로써 기존 시장을 재정의할 수 있는 것을 파괴적인 기술이라 한다면 DRM이 그런 특성을 모두 갖췄다”고 밝혔다. DRM은 CAS만큼 활성화한 이후엔 전통적인 영상 전송방법을 변화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전망이 나오면서 전통적인 CAS 업체들은 DRM과 결합한 CAS 개발에 집중했다. ABI리서치 보고서도 이를 ‘CAS의 혁신과 발전’으로 꼽았다. 실제로 이데토코리아, NDS테크놀로지 등은 이미 이런 기능의 ‘CA+DRM 솔루션’, ‘비디오가드 솔루션’ 등을 상용화했다.

우병기 지사장은 “DRM과 CAS의 연동은 현재 CAS 업계의 가장 큰 기술 트렌드 중 하나”라며 “OMA 등 여러 표준 DRM과 기존 CAS를 연동하며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