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애들이 내가 눈물 흘릴 때도 웃는다고 이중인격이래요. 근데 이중인격이 뭐예요?”
“마이키, 이중인격이란 세로는 슬림하게 열리고, 가로로 재미있게 열리는 거란다.”
이런 엉뚱한 이중인격의 뜻을 들어보았는가. 이런 엉뚱한 대화의 주인공들은 최근 LG텔레콤 CF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푸콘가족이다. 푸콘가족은 아무런 표정도, 움직임도 없는 마네킹. 똑같은 표정으로 황당무계한 대화를 하는 모습이 오히려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LG텔레콤은 왜 이런 엉뚱한 모델을 썼을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빅모델이 난무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광고계에 뭔가 신선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광고담당자들은 우연히 푸콘가족을 접하고는 ‘바로 이거야∼’하고 무릎을 쳤다.
그러나 막상 CF를 제작하면서 많은 벽에 부딪혔다. ‘푸콘가족의 유머를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과연 푸콘식 유머는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반복됐다. 푸콘식 개그를 광고에 녹이기 위해 푸콘가족 DVD시리즈를 100번도 넘게 봤다. 푸콘화된 유머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심지어 음주 회의도 했다. 또 하얀캔유의 출시 일정이 미뤄지면서 하얀캔유의 부제를 ‘마이키의 하얀 거짓말’로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산고 끝에 마침내 나온 푸콘가족 CF를 둘러싸고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LG텔레콤이잖아? 그러니까∼’라는 마지막 카피에 대해 더욱 그랬다. “이제 자아비판까지 하느냐, 안쓰럽다”라는 반응에서부터 “고도의 전술이다. 자신들을 측은지심이 들게 하여 소비자들의 마음을 끄는 방법이다”, “허무 개그 같다”, “LG텔레콤 센스쟁이”까지...
이건 바로 우리가 원했던 것들이다. 소비자들이 푸콘 가족CF를 갖고 노는 것 말이다. 다변화된 매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만큼 확실한 효과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징후가 보인다. 푸콘가족 패러디 만화부터 그러니까∼ 라는 말투를 활용해 만든 다양한 버전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앞으로도 LGT의 모델로 계속 활약할 푸콘가족. 그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조병묵 LG텔레콤 IMC팀 차장 deepdive@lgtel.co.kr
<푸콘가족이란>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충격에 빠져 웃음을 잃은 일본국민들에게 다시 웃음을 주자는 취지 아래 기획된 작품이다. 푸콘 가족은 ‘여지껏 아무도 본적이 없는 것을 만들자’가 제작 목표일 정도로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미술과 퍼포먼스, 영화를 오가며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크리에이터 이이바시 요시마사가 감독한 푸콘 가족은 미국에서 일본으로 이사온 푸콘 가족을 3분 안팎의 짧은 에피소드로 엮은 시리즈. 어떻게 보면 뻔뻔하다 싶을 만큼 속 편하다. 2002년 TV 도쿄에서 1년 정도 방영돼 일본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모았고 전세계 영화제에 초청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부천영화제와 케이블TV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또 가장 시끄러운 이 가족이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