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퀸 여왕, 어머니, 그리고 한 여인 ‘더 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걸음걸이부터 독특한 몸짓과 억양을 완벽하게 재현한 헬렌 미렌. 그녀의 기품있는 연기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며 이에 따른 결과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거머쥐었던 화제작 ‘더 퀸’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점이 많은 영화다.
영화는 때마침 영국의 신임 지도자로 당선된 토니 블레어 총리가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왕실과의 관계를 화해시키기 위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설득하는 과정을 담았다.
복면달호
‘복수혈전’ 이후 14년 만에 영화 제작자로 복귀한 개그맨 이경규가 설립한 인앤인픽쳐스의 창립작이다. 트로트는 촌스러운 음악이라고 무시하던 록밴드 보컬 봉달호(차태현)가 계약 상의 실수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복면 쓴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여 성공하기까지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그렸다. 웃음, 멜로, 후반부의 익숙한 감동까지 지극히 전형적인 흥행 코드에 충실한 작품이지만, 극중 봉필의 히트곡 ‘2차선 다리’를 비롯한 주영훈 작곡의 흥겨운 음악들을 비롯해 주연배우 차태현의 물오른 코믹 연기, 화려한 무대 미술을 동원한 트로트 최강전 등 100여분의 시간동안 부담없이 웃고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페인티드 베일
‘인간의 굴레’로 유명한 영국 작가 서머셋 모옴이 1920년대에 실제로 중국을 여행하면서 영감을 얻어 집필한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서양문물의 유입과 함께 경제적인 격변을 겪던 1920년대의 중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전적 로맨스물.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문학적인 대사와 수묵화처럼 고즈넉한 분위기의 중국 풍경이 인상적이다. 남편의 무관심 속에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한 여인의 운명같은 시련이 나오미 왓츠와 에드워드 노튼의 눈부신 호연으로 가슴 아프게 그려진다. 운명을 맞이하는 두 연인의 안타까운 사랑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건조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피아노 선율이 배우만큼이나 매력적이다. 2006년 전미 비평가 협회 최우수 각색상,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서 최우수 음악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