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CC살롱 인 서울

 미디어 아티스트인 최승준 씨(왼쪽)가 자신이 작업한 코드를 시연하고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최승준 씨(왼쪽)가 자신이 작업한 코드를 시연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를 구성하는 코드(code)가 예술(art)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뭐든지 잘하면 예술이라고 하잖아. ‘저 사람 운전실력 예술인데?’처럼 말이지. 개발자에겐 정말 잘 짜여진 코드는 음악이나 그림과 같은, 어쩔 땐 더 감동적인 예술이라 이거지.”

 지난달 비가 오던 주말 갑작스레 내린 비 때문에 옷이 젖은 채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한 실내 포장마차에 들어섰다. 왼켠의 디제이박스(DJbox)에선 흥겨운 클럽 음악이 흘러나왔다. 정면 상단엔 60인치 TV가 설치됐다. 저작권 공유를 지향하는 비영리단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K)가 주관하는 제2회 ‘CC살롱 인 서울(CCSalon in Seoul)’의 행사였다.

 크리에이티브커먼즈(CC)는 ‘창조적인 대중’이라는 의미로 공유를 통해 창조성을 발견하려는 아티스트와 개발자들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이다.

 CC살롱은 일종의 파티형 미디어 워크숍으로 자유로운 형식의 커뮤니티 모임. 이날 주제는 이른바 ‘코드 예술’.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다루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드’ 그 자체, 혹은 그 결과가 모두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최 측은 “CC가 터전을 잡은 네트워크에서 가장 많은 자원은 코드이며 이를 만드는 사람들이 네트워크에서 가장 많은 활동을 한다”며 “코드를 통해 ‘대중(Commons)의 창조성(Creativity)를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말인데다 비까지 오는 바람에 행사 시작은 예정보다 한시간 반 정도 늦어졌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맥주를 마시며 각자 인사를 나누거나 노트북PC로 나중에 선보일 코드로 만든 아트의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분주했다.

 오후 4시 20분, CC코리아의 리더격인 윤종수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창조적인 것을 지향하는 CC의 행사에서 코드가 어떤 예술을 만드는지 알아보자”며 시작을 선언했다.

 첫 순서는 미디어 아티스트가 코드로 만든 예술을 발표하는 ‘웰컴! 미디어 아티스트’였다. 낮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케팅 과장이자 밤에는 홍대의 유명 DJ로 활약중인 DJ성우가 DJ의 음악샘플 믹싱과 개발자의 코드 사용의 공통점을 발표하며 아티스트의 창조성과 개발자의 작업이 동일 선상에 있음을 역설했다.

 이어 최승준, 황리건 씨 등 유명 미디어 아티스트가 코드로 만든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다. 특히 최승준 씨는 즉석에서 참가자가 인터넷에 업로드한 코드를 사용, 서로 간의 상호작용을 표현해 참석자의 감탄을 자아냈다.

 메인 이벤트는 바로 코드 잼(Code Jam). 참가자가 각각 ‘Code can be an art’란 문자를 표현하는 코드를 만들어 노트북PC와 현장의 대형 TV로 발표했다. 김대우 MS 에반젤리스트는 추억의 8비트 컴퓨터인 MSX 에뮬레이터를 사용, 1에서 10까지 화면에 출력하는 코드로 개발자의 향수를 자극했다. 노우경 씨는 “코드를 만드는 코드를 만드는 게 개발자의 꿈”이라고 말했다. 김창준 애자일컨설팅 대표는 “코드의 결과 뿐만 아니라 코드 자체가 예술”이라며 코드를 소리로 변환, 참석자가 코드 언어의 차이를 소리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반주가 곁들여진 식사 후, 아홉시께 패널 토의가 벌어졌다. 시간적 제약 때문에 토의가 간단한 소감과 발표 형식으로 진행됐다. 주제는 ‘8비트 키드의 추억’과 ‘코드가 어떻게 아트가 될 수 있을까.’ 첫 주제에서 패널들은 삼성 SPC-1000, MSX II 등 8비트 컴퓨터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추억과 게임 하나를 실행하기 위해 헌책방에서 해외 컴퓨터 잡지를 뒤지던 추억을 회상했다. 두 번째 토의에선 개발자와 비개발자가 ‘아트’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취지는 모두 공감했으나 참석자의 직업이나 관심 분야 등에 따라 재미, 행사 자체에 대한 이해도와 평가는 엇갈렸다. 비개발자로 행사에 참석한 김효은 씨는 “코드가 만드는 무궁무진한 세계가 신기하고 새롭고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 참석자는 “개발자의 창조 의욕을 고취시킨 것은 좋았으나 발표 위주로만 행사가 진행돼 역동성은 약간 부족한 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일 엔씨소프트 과장은 “단순한 개발자 행사로만 알고 왔는데 (개발자와 연관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던) CCK의 역할이 커서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블로거는 “각자가 만든 코드가 현장에서 조합돼 무언가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진행이나 방향이 조금 달랐다”고 말했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