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미국 광대역 인터넷 시장을 둘러싼 가입자 유치 경쟁이 최근에는 UCC사이트 구축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1일 보도했다.
AT&T·버라이즌·컴캐스트 등 광대역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최신 영화나 게임·음악 등을 소재로 한 각종 UCC사이트를 개설해 포털 내지 콘텐츠 업체로서 일종의 ‘부업’에 나선 것이다. 이는 과거 요금인하 경쟁이나 인터넷과 유무선 전화의 결합상품 또는 인터넷과 케이블TV 결합상품 마케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재미있는 콘텐츠를 미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부가수익까지 챙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UCC·게임·스포츠 등으로 20∼30대 인터넷 세대 공략=버라이즌은 지난주 ‘액션히어로’라는 양방향 게임사이트를 개설했다. ‘액션히어로’는 악당 과학자들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줄거리에 따라 네티즌들이 감독이 돼 영화를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자신의 사진을 이용해 직접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UCC와 롤플레잉 게임을 접목한 이 사이트는 할리우드 영화감독을 꿈꾸는 네티즌들에게 24시간 내 나만의 영화를 만들어주겠다는 컨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컴캐스트는 유튜브와 유사한 UCC사이트 ‘지디오’와 공포영화 전용 사이트 ‘피어넷’을 만들었다. ‘지디오’와 ‘피어넷’은 영화나 스포츠에 열광하는 젊은 인터넷 세대를 소구대상으로 삼았다. AT&T도 최근 ‘블루룸’이라는 웹사이트에서 재즈콘서트 실황중계 동영상이나 스포츠선수 및 운동경기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여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통신사업자 “전화사업자 앞지르자” 기염=미국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컴캐스트·타임워너케이블 등 케이블TV 사업자와 AT&T·버라이즌 같은 통신사업자의 양대 진영이 서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주도권 다툼을 전개해 왔다. 시장조사 업체 라이트만리서치에 따르면 케이블TV 사업자가 확보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는 3070만명으로 통신사업자의 2540만명을 앞서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업자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AT&T·버라이즌 등 주요 통신사업자는 지난해 초고속 인터넷 신규 가입자의 과반수인 54%를 가져가며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케이블TV 사업자의 웹사이트가 신규사업 형태를 띠고 있는 반면, 통신사업자들은 광대역 인터넷의 초고속 데이터 전송 성능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한편, OECD가 지난 4월 발표한 ‘2006년 광대역 인터넷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가입자 수가 5813만6577명으로 세계 최다지만 인구 대비 가입률에서는 덴마크(31.9%), 한국(29.1%)보다 훨씬 뒤쳐진 15위(19.6%)에 그쳤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