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LCD업체들이 7세대 장비 발주에 나선 것은 내년으로 연기한 7세대 증설 투자를 다시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40인치 이상 대형 TV패널 시장의 90% 이상을 독식해온 한국업체는 모니터 등 IT패널에 이어 대형 TV패널 시장에서도 대만과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빠르게 수급균형을 찾아가던 대형 TV패널 시장도 대만 업체의 물량 확대로 내년부터 다시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잠잠하던 설비투자가 러시를 이루면서 장비업계는 새로운 호황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대형 TV패널 맹추격=대만 LCD업체가 내년으로 연기한 7세대 증설투자를 앞당겨 재개한 것은 모니터·노트북PC 등 IT패널에서 시작된 패널 공급부족 현상이 대형 TV패널로 확대되며 시장이 크게 호전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LPL이 올해 들어 7세대 공급량을 꾸준히 늘리며 시장주도권을 공고히 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PL은 기판유리 기준으로 7세대 월 생산량이 각각 18만장, 9만장 정도로 늘어난 상태다. 하지만 대만업체로는 AUO가 유일하게 지난해 말 처음 7-1라인을 가동, 현재 생산능력은 2만장 안팎에 불과하다. 전체 7세대 생산능력 가운데 대만은 6%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AUO·CMO는 이번 증설 투자 재개로 내년 하반기에는 각각 월 7만5000장, 6만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해 대만의 7세대 시장점유율은 30%대로 훌쩍 뛰어오를 전망이다. 특히 AUO는 이번 추가 증설에 이어 연말께 7-3라인 투자도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7세대 생산능력에서 95% 안팎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던 한국의 7세대 시장점유율은 내년 하반기 60%대로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만은 이미 한국보다 1∼2년 늦은 6세대 투자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한국의 생산능력을 배 가까이 추월한 상태다.
◇대형 TV패널 수익악화 ‘비상’=대만 업체들의 증설 투자가 완료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전체 물량이 30% 이상 크게 늘어 폭발적인 수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공급과잉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과잉공급은 극심한 판가인하 압력으로 작용, 패널업체의 수익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대만 업체는 LCD모듈 생산라인을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대부분 이전한 상태라 훨씬 저렴한 가격에 대형 TV패널을 공급, 한국 업체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40인치 대형 TV패널 가격은 그동안 공급과잉으로 분기마다 5∼10% 이상 급락하다 최근 수요 확대로 진정세에 접어든 상태다.
◇한국, 8세대로 주도권 유지 노릴 듯=한국업체들은 대만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8세대 신규라인 조기 투자를 감행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7세대보다 생산효율이 높은 8세대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기존 7세대 라인 일부는 공급부족 현상에 직면한 IT패널 생산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8세대는 대만 업체들의 가세로 수익률이 악화될 40인치 대신 50인치 프리미엄 패널을 주력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이점도 크게 고려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8세대 투자가 공급과잉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조심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는 “IT패널 가격이 반등한 가운데도 TV패널 가격인하는 지속되고 있다”며 “8세대 투자는 기존 7세대를 IT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업체별 7세대 생산능력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