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는 옛말, 이제는 가치투자다.’
테마에 속고 폭락에 울던 개인투자자가 ‘가치투자’라는 신무기를 들고 돌아왔다. 줄기세포·엔터테인먼트 등 각종 테마에 흔들리던 1세대 개미는 사라지고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똑똑한’ 2세대 개미가 전면에 나섰다. 2세대 개미들은 철저한 재테크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 단기 재료보다는 기업 펀더멘털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진화한 개미, 테마에 속지 않는다=과거 개인투자자의 전형적인 모습은 줄기세포·엔터테인먼트 등 테마에 올인하는 것.
이 과정에서 ‘대박’을 터트린 투자자도 있지만 대부분 원금도 건지지 못했다. 줄기세포 테마를 탄 산성피앤씨는 지난 2004년 10월까지 2000원선에 머물다, 2005년 6월 4만9500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1만2000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연예제작자 주가조작 파문으로 팬텀엔터그룹, 키이스트 등도 급락했다.
하지만 올 초 다시 돌아온 개인투자자들은 웬만한 공시에는 움직이지 않는 등 테마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학습효과 때문인지 최근 개인투자자의 경우 사명 변경이나 신규사업 진출과 같은 호재성 공시에 속지 않고 있다”며 “워낙 강세장이라 지분 변동과 같은 작은 요인은 무시되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테마라도 옥석은 가린다=2세대 개미의 또 다른 특징은 재료에 움직이되 과거처럼 같은 업종 모두를 ‘테마주’로 보지 않는다는 점. 별다른 실적 없이 테마 분위기에 편승,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의 경우 ‘왕따’를 당하고 있다. 이는 금감원 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되는 기업실적 등 각종 정보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투자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 26일 사업목적에 ‘국내외 자원 탐사 및 채취와 개발사업’을 추가한 KG케미칼의 주가는 오히려 1.95% 빠졌다. 신재생에너지 테마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 등을 따져보는 여유를 갖게 된 것.
또 그동안 상승재료로 알려진 인수합병(M&A) 역시 무조건 ’상종가’는 아니다. 지난달 2일 황금에스티의 계열사 굿스틸파트너스는 넥스트코드 주식 365만9612주(4.60%)를 취득하고 경영참여 의사를 밝혔다. M&A 가능성이 예견됐지만 당일 넥스트코드 주가는 2.31% 떨어졌고 이후에도 상승탄력이 붙지 않는 모습이다.
◇장기 펀더멘털은 개인 투자자의 최대 덕목=주가는 ‘기업가치’에 움직인다. 테마가 주가 급등을 가져오긴 하지만 거품을 쉽게 꺼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수익 확보를 위해 단기 기업 실적에 집중했던 개인투자자도 증시가 1600선을 돌파하면서 조급증을 떨쳐버렸다. 올 초 ‘1월 효과’가 무색하게 지난 1월 코스피지수가 5% 이상 하락하는 등 시작이 좋지 않았지만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매달 투자 비중을 늘여 지난달에만 7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조선·유통 등 주가 상승률을 높지 않지만 내재 가치가 높은 대형주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매집 대상이 됐다. 곽지문 동양종금증권 팀장은 “단기 재료보다는 장기적으로 주가 안전성이 높거나 기업 실적 개선이 분명한 기업을 중심으로 포토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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