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는 죽지 않는다. 다만 변신할 뿐이다.’
하이파이 오디오와 홈시어터 시스템 등으로 대변되는 국내 AV 시장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 90년대 후반 이후 국내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은 음반 시장의 침체 등과 맞물려 침체 일로를 걸어왔다. 그러나 대형 하이파이 오디오 외에 미니 콤포넌트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와의 결합과 혁신 디자인 등의 옷을 갈아입고 꾸준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시장 초기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됐던 홈시어터 역시 급격한 성장은 없었지만 최근 평판TV의 대중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 등에 힘입어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AV 전문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전략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홈시어터, 디자인에 날개를 달다=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홈시어터 시장은 현재 약 1000억원 규모로, 대형화면의 벽걸이 HDTV 판매가 증가하면서 서서히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월드컵 이후 성장세가 두드러진 홈시어터는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평판TV의 가격 하락과 고화질, 고음질 영상을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국내 보급 누적 100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현재 눈에 띄는 트렌드는 고급 주거공간의 확대로 거실 인테리어와 벽걸이 TV에 어울리는 디자인이 뛰어난 홈시어터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삼성전자,LG전자, 대우일렉 등이 평판TV와 디자인을 일체화한 제품을 속속 출시했으며 뱅앤올룹슨, 야마하 등 세계적인 오디오 업체 역시 고급 디자인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디자인을 강조한 홈시어터가 약진하면서 무선 후면 스피커를 지원하는 홈시어터도 증가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소니의 경우 독자적인 정밀 적외선 기술을 사용한 무선 전송 방식인 S-DIAT 기술을 통해 관련 모델 중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디자인뿐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홈시어터는 진화를 거듭 중이다. 단순히 기존의 DVD 일체형 리시버에서 탈피, 다양한 차세대 멀티미디어 소스와 연계, 홈시어터를 가정 내 AV의 허브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오디오의 변신은 끝이 없다=과거 거실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던 대형 하이파이 오디오는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미니콤포넌트와 마이크로 콤포넌트 등 소형 오디오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오디오는 10만∼30만원대가 대부분이며 국내시장의 경우 외국과 달리 어학열풍에 따른 테이프 데크가 여전히 장착돼 출시된다는 점이 특기할 사항이다. 또 스피커로는 우드(wood) 타입의 클래식한 디자인에 대한 인기가 전통적으로 높다.
특히 오디오 기술의 발전으로 크기는 작아졌지만 과거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디지털 파일의 대중화로 오디오 시장이 위기를 맞았지만 반대로 오디오가 각종 디지털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호환성을 확대하면서 시장 수요를 새롭게 창출해내고 있다.
오디오 전문업체들은 USB 포트 지원 기능을 콤포넌트 오디오의 기본 기능으로 탑재하기 시작했다.
소니가 선보인 블루투스 지원 제품은 MP3P·블루투스 휴대폰·PC 등에 저장된 음악파일을 무선으로 재생해준다.
야마하, D&M을 비롯한 전문 업체들은 애플의 아이팟 거치대를 활용해 아이팟에 저장된 음악을 고품질의 사운드로 청취할 수 있는 제품들을 선보였다.
◇과제=이같은 AV 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오디오·홈시어터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보다는 완만하게 수요를 창출한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홈시어터의 경우 당초 ‘꿈의 안방극장 실현’이라는 모토와 달리 DVD 시장의 침체와 영화 다운로드 이용자의 급증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영화 관람시 극장을 선호하는 국내 이용자들의 취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디오 역시 여전히 가정에 하나쯤은 갖춰야 할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성장 곡선은 어느 정도 한계점에 도달했다.
업계에서는 AV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최근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차세대 디지털 미디어와의 연계나 혁신 디자인 등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하다고 지적한다.
외산 오디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오디오 시장은 분명 정체 상태이지만 최근 고음질과 고화질을 선호하는 틈새 시장이 존재한다”며 “무엇보다 최신 멀티미디어 기기의 소스를 오디오나 홈시어터를 활용해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를 충족시킬 만한 신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