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APEC 여성의 디지털경제 참여를 위한 이니셔티브’ 사업 일환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의 여성 정보화현황을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놀랐던 것은 동남아 대부분 나라가 성별을 구분한 자료를 거의 갖고 있지 않았으며, 또 여성 IT 이용현황을 파악한 나라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북한여성의 IT 이용현황 자료 역시 조사된 바가 없어 북한 사회의 여러 상황을 유추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폐쇄된 사회로 통계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2004년 과학기술 정책에 게재된 ‘북한의 인터넷 보급동향’을 보면 북한 사람은 국내 인트라넷에서 웹을 이용한 뉴스전달과 정보검색은 물론이고 기업광고 웹 쇼핑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해외와 연결된 회선은 특수용도에만 약간 이용되고 있고 일반에게는 개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뉴스 사이트뿐 아니라 웹 쇼핑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웹 쇼핑 사이트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PC방과 같은 장소를 첨단기술봉사소에 설치하기도 했으며, 제한적이지만 대학생들이 자유롭게 뉴스 검색과 게임까지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성들이 어느 정도 국내 망에 접근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IT 전문 인력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북한은 남녀평등사회를 외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가부장적 사고가 존재, 직장을 가진 여성도 가사와 육아를 거의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폐쇄된 사회기 때문에 여성 발전에 투자할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므로 여성 스스로 IT에 접근할 노력도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사회는 상당수의 생산구조가 전통적인 노동 집약적인 구조기 때문에 생산 현장에서 IT의 필요성이 요구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북한 여성은 IT 없이도 운영되는 분야인 경공업, 사무원, 교원 등에 주로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 후 남북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북한 여성에게 IT 교육훈련은 절실히 필요하다.
IT는 세계 모든 지역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제공하고 있다. IT는 지리적 환경을 뛰어넘게 하고 시간과 생산자원이 부족한 집단과 지식 습득이 용이하지 않은 집단에도 IT를 통해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며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IT는 개발도상국가의 경제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성·인종·신분의 평등을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 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는 빈곤을 줄이는 데 IT가 필수적이라고까지 했다.
일반적으로 지구촌 IT 이용현황을 보면 빈곤국일수록 여성이 사회적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가난한 집단으로 살아가고 있다. 2000년 통계에 의하면 개발도상국 여성 4명 중 3명이 컴퓨터의 ‘파워(power)’ 버튼조차 눌러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SIS(World Summit of Information Society)에서는 MDG3(Millennium Development Goal)로서 여성에게 성 평등과 능력개발을 위한 IT교육 훈련을 요구하고 있다.
21세기 무한 경쟁사회에서 북한여성의 경쟁력을 높이고 가장 빠르게 남북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성인지향적인 정보화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IT 강국으로 면모를 갖추고 있는 남한에서 통일정책의 일환으로 북한 여성들에게 IT교육 기회를 주는 것이 통일 이후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며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것은 북한 여성의 정보화를 통해 북한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상생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김용자 숙명여대 아태여성정보통신원장 yongga@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