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중소기업의 R&D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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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디지털경영센터장 kiho@tipa.or.kr

최근 지식정보화 및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혁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경영환경이 역동적이고 복잡해지며 예측불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술 지식 그리고 경쟁전략 등이 기업의 성과에 중요한 결정요인이 되고 있다. 짧아지고 있는 제품 수명주기와 새로운 사업기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은 물론 장기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활동과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R&D와 혁신

R&D와 혁신은 지속적 경쟁우위의 핵심 요인이자 중소기업에는 가장 중요한 도전요인이다. R&D를 통한 혁신과 창조적 변화를 거부하는 중소기업은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R&D를 통한 혁신활동을 강화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에서 수행되고 있는 혁신활동은 다양한 양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공정혁신보다는 제품혁신(R&D에 기반을 둔)에 더 치중 △전체시장보다는 틈새(니치)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초점 △규모가 커질수록 공식적으로 조직화되고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애드호크러시(adhocracy) 또는 프로젝트 조직에 의존 △최종제품 생산기업에서 많이 일어나고 부분품 생산기업에서 적게 발생 △점진적 혁신과 급진적 혁신이 모두 발생 △주로 외부 네트워크를 포함 △산출 증가, 이직 및 고용과 관련 등을 꼽을 수 있다. 애드호크러시는 앨빈 토플러의 저서인 ‘미래의 충격’에서 나오는 단어로 유기적, 기능적, 임시적 조직이라는 뜻이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중소기업의 R&D와 혁신의 관계다. R&D에 대한 맹목적인 투자가 중소기업의 혁신성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R&D, 전략과 문화 그리고 혁신

역동적 역량관점에 의하면 기업이 경쟁우위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길밖에 없고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다양한 자원과 능력을 잘 결합해야 한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R&D를 효과적인 혁신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전략과 문화와 같은 조직상황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데 있다. 특히 혁신이 단순한 기술적 현상 이상이라는 시작에서 R&D와 같은 기술적 요인과 관리적 요인이 함께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혁신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장애물에 대해 중소기업 관리자들이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이 혁신의 효과성을 결정하는가’와 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소기업의 R&D와 혁신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혁신전략과 기업가적 문화 또한 중요하다. 최근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쟁우위를 획득하기 위해 전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전략경영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성장·확장·혁신능력이 뛰어나며, 더 많은 신제품을 개발하고 높은 수익성을 달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략은 규모나 산업영역에 관계없이 사업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다.

지속적 경쟁우위를 위한 수단으로서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조직문화가 조직생활의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에 있어서 문화가 혁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은 그리 많지 않다.

3M의 사례는 왜 R&D 하나만으로 혁신이 어려운지를 적절히 나타내고 있다. 3M처럼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은 그들의 R&D 역량을 혁신으로 재빨리 옮길 수 있는 유연성과 적응성을 갖고 있다. 3M의 혁신성공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시장이나 R&D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3M의 경우 효과적인 조직시스템(전략, 문화, 조직구조 등)이 있었기 때문에 R&D를 성공적인 혁신으로 이끌 수 있었다는 것이다. 3M의 혁신을 가능하게 했던 전략과 문화는 어떤 것이었는가? 문화에 있어서는 한 마디로 혁신문화다. 즉 3M은 높은 수준의 분권화와 자율성을 바탕으로 실패용인(실패는 혁신과정의 한 부분이라는 관점), 비공식적인 요소에 의한 조직운영, 기업가정신과 내부기업가정신의 강조, 다양한 기술기반의 인정, 회사내 활발한 의사소통, 그리고 고객지향 혁신 등의 특성을 지닌 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3M으로 하여금 위계 없이도 유연성, 적응성, 그리고 반응성을 가능하게 하였다. 전략의 경우 혁신 자체가 전략이라 할 만큼 창의성과 차별성을 강조하였다. 즉 시장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총매출의 30%를 최근 4년 안에 개발한 신제품으로 채운다’는 30%/4룰, 15%룰, 해당부서 중심의 제품정책, 기술의 전사적 공유, 철저한 지적재산권 보호, 그리고 기술결합(combination)을 통한 시너지 창출 등의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R&D와 혁신에 대한 실증분석

R&D와 혁신 사이의 관계에 관한 중요한 관점을 제시하고 중소기업의 혁신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실증분석의 예를 살펴보면, 중소기업의 경우 R&D와 관계없이 혁신을 이룰 수도 있다고 나타났다. 예를 들면, 직접적인 R&D 투자는 하지 않고 대학이나 연구소 같은 외부기관과의 공식 및 비공식 네트워크를 통해 혁신을 이룰 수도 있다. 아니면 선진기업의 혁신을 모방하거나 벤치마킹, 정부기관으로부터의 R&D 지원, 지식센터의 활용, 대학이나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중소기업의 관리역량, 특히 마케팅 역량의 부족이 성공적 혁신을 방해할 수도 있다. 중소기업의 관리역량 부족은 비체계적인 경영계획으로 인해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R&D)하고도 마케팅 비용을 미처 고려하지 못함으로써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집권화 및 기능적 전문가의 부족, 중간관리자의 잦은 이동 등으로 인해 혁신성공에 이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R&D를 혁신성공으로 연결하기 위한 마케팅 노력을 덜 기울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중소기업 혁신 성공의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상업화 및 마케팅 노력이 있다. 중소기업의 R&D에 마케팅이 얼마나 개입하느냐가 혁신의 중요한 성공이다. 결국, R&D와 마케팅 역량은 상호 보완적이며, 보완적 역량의 수준 때문에 둘 가운데 하나만을 구축하는 것은 혁신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경쟁전략과 같은 상위전략과 기능정략과 같은 하위전략 사이에 통합을 이루지 못해 혁신성공을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인 의미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능전략과 상위전략이 통합되어 나타나야 한다. 그럼에도 중소기업 관리자들이 R&D 전략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마케팅전략이나 인적자원관리전략, 혹은 생산관리전략 등을 소홀히 다루었을 수도 있다. 이에 중소기업 관리자들은 적정 수준의 R&D 강도, 판매비 지출, 인적자원관리, 그리고 생산관리 전략의 결합을 선택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혁신성공을 위한 내부요인을 체계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다. 혁신의 성공이나 실패에 있어서 외부요인보다는 내부요인이 더 중요한 결정요인이다. 즉 중요한 혁신기반으로서 전문과학자, 엔지니어, 전문경영자나 우수한 설비 등이 R&D를 혁신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실무 경영자들은 R&D를 혁신성공으로 연결하기 위해 대학이나 연구소 같은 외부기관과의 공식 및 비공식 네트워크의 형성, 관리역량의 강화, R&D의 상업화를 위한 마케팅 노력의 확대, 상위전략과 하위전략의 통합, 그리고 내부요인들의 체계적 고려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략과 조직문화

중소기업의 R&D는 혁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차별전략 지향성과 혁신문화 지향성이 연계될 경우 혁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결과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R&D를 효과적인 혁신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전략과 문화와 같은 조직상황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데 있다는 것이다. 즉 혁신에 대한 R&D의 주 효과와 전략 및 문화와의 상호작용 효과를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R&D 활동은 차별전략 지향성과 혁신문화 지향성이 높을 경우 성공적인 혁신이 가능하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R&D 지출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경우 자사의 전략과 문화특성을 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R&D는 오로지 보완적 자원(전략, 구조, 문화, 마케팅 등)이 충분히 할당될 때 혁신으로 연계될 수 있다. 전략적 적합성 이론에 의하면 기업이 경쟁우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부환경과 내부자원과의 적합성(fit)이 이루어지도록 전략을 수립하여야 하고, 그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조직구조와 마케팅 등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이 전략에 적합하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결국 중소기업이 R&D 노력을 혁신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전략, 조직구조, 마케팅, 문화 사이의 두 변수간의 적합성을 개별적으로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동시적 적합성이 달성되어야만 혁신을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실무 경영자들은 R&D의 혁신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략과 문화 특성의 체계적 고려, R&D 노력을 위한 보완적 자원의 적절한 할당, 그리고 조직지원시스템의 구축 등에 세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혁신과 재무성과

혁신과 재무성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최소한의 투자를 통해 최대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고 이는 곧 재무성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혁신은 중소기업에 새로운 사업기회 제공, 국내외 시장경쟁력 강화, 경쟁우위 획득, 국제 신시장 진출, 선점우위 획득 그리고 생존 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재무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혁신에 의한 높은 생산효율성은 수입대체 효과를 통해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소비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비용효율성을 향상시켜 고객의 욕구충족을 위한 신제품 개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재무성과 향상에 기여한다.

사실 혁신은 많은 산업에서 성과향상에 기여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우위를 강화한다. 오늘날과 같은 경쟁 환경에서 중소기업은 혁신 없이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혁신하는 기업은 선점우위를 누릴 수 있다. 이에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지속적인 혁신을 달성하는데 관리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김기호

현소속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 디지털경영센터장

학력 1984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98 한국외국어대학교 세계경영대학원 정보관리학과 (경영학석사)

2006 한국외국어대학교대학원 경영정보학(MIS) 박사과정 수료

경력 1984 산업연구원 전산실 입사

1984∼2001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근무

2002∼2003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KIMI) 정보화기반팀장

2004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KIMI) 시스템정보팀장

2005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KIMI) 홍보팀장

2006∼현재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 디지털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