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P, UMPC, 미니노트북, PDA...
알 듯 모를 듯 흡사 암호와도 같은 이런 단어들이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쉽게 말해 이들 용어는 모두 이동성이 강조된 컴퓨터, 또는 유사 단말기를 일컫는 말들이지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기준으로 10살, 그러니까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평균 이동시간은 1시간 40분이라고 합니다. 이 시간에도 우리 학생들은 공부를 요구당합니다. 어른들 역시 출퇴근 시간이 업무의 연장선이 된 지 오래고요.
그래서 이들 제품의 사용 자체가 이른 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의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게 요즘이랍니다. 무엇보다 이들 제품은 우리 학생들이 생일이나 졸업·입학 때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 리스트 순위에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종류와 쓰임은 천차만별입니다. 이들을 구별하는 방법과 특징을 찾아 디지털휴대기기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PMP=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ortable Multimedia Player)라 불리는 PMP의 주 사용목적은 역시 강의 콘텐츠나 영화 등 동영상 감상입니다. 입력장치(키보드)가 따로 없다는 점이 뒤에서 설명할 UMPC나 미니노트북 등과 가장 확연히 구별되는 점입니다.
컴퓨터를 통해 내려받은 영어나 수학 강의 동영상 파일을 등하교 길이나 학교·독서실 등 어디서나 손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제품의 매력이지요. 여기에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가 반영되면서 최근에는 내비게이션이나 전자사전, 지상파DMB 수신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는 추세입니다.
PMP의 화면 크기는 4인치대입니다. UMPC보다 더 작죠. 이는 들고 다니기에 좋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미니노트북이나 UMPC에 비해 네트워킹 능력은 떨어지나 동영상 감상에만 집중한다면 PMP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PMP란 제품이 유독 한국에서만 잘 팔린다는 점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PMP를 들고다니는 사람을 보기란 참 어렵습니다. 국내 PMP업체의 수출 실적이 미미한 이유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선진국일수록 PMP의 주요 콘텐츠인 동영상 자료 내려받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저작권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탓이죠. 우리나라처럼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하지도 않습니다. 만만찮은 요금을 감수해야만 PMP를 제대로 쓸 수 있다는 얘기가 되죠. PMP란 제품이 갖는 태생적 한계입니다.
◇UMPC=미니노트북과 PDA의 장점을 결합시킨 ‘UMPC(Ultra Mobile PC)’는 PC와 잘 호환되고 미니노트북보다 크기가 작아요. 최근에는 무게 1㎏ 미만의 태블릿PC, 미니노트북까지 UMPC에 포함시키는 추세죠.
보통 7인치대가 주종인 UMPC는 크기가 미니노트북보다 작지만 문서편집과 전자사전 기능, DMB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유·무선을 이용한 인터넷까지 가능하죠.
최근에는 HSDPA나 와이브로 같은 네트워크 기능이 내장된 UMPC가 출시돼 자동차나 지하철에서 이동 중에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PMP로는 불가능한 일이죠. 이동통신사에서 출시한 무선인터넷 단말기를 USB에 꽂은 다음, 동봉된 CD로 드라이버와 접속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됩니다. 요금도 크게 비싸지 않아 월 2만∼3만원 정도면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요.
◇미니노트북=최고 17인치에 달하는 기존 노트북으로는 이동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면서, 관련 업계서는 통상 10인치 내외의 노트북을 내놓게 됩니다. 이게 바로 ‘미니노트북’ 또는 ‘서브노트북’으로 불리는 제품이지요.
화면이 작아진 만큼 무게도 1㎏ 안팎으로 가볍습니다. 휴대성이 뛰어난 만큼 가격이 비싸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가 어려웠지만, 최근 가격이 대폭 낮아진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미니노트북 시장은 고진샤, 후지쯔 등 일본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요. 미니노트북의 최대 단점이라고 하면 역시 ‘가격’입니다. 보통 100만원을 넘어, 200만원 가까이 하거든요. 작다고 얕볼 수 없는 것이 IT기기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부품과 기능들을 집적시키는 것이 기술이고 노하우입니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비용이라는 돈이 들거든요. 작을수록 판매가격이 높은 이유입니다.
◆디지털휴대기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얼리어댑터’
PMP, UMPC 등 디지털 휴대기기는 얼리어답터나 유저 커뮤니티의 ‘입심’이 유독 심한 아이템입니다.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란 남보다 빨리 신제품을 구입해 써 보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만큼 일반인 보다는 각 제품별 사용법은 물론, 특징이나 문제점도 잘 꼬집어 냅니다. 그래서 이들의 제품평 한마디가 해당 제품의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치곤 해요.
실제로 올 초 코원시스템이라는 회사에서 ‘D2’라는 MP3플레이어를 내놓았을 때, 이들은 곧바로 케이스 불량을 발견해 냈습니다. 결국 이 회사는 문제가 된 초도물량(맨 먼저 만들어낸 제품) 2000여대를 모두 새 제품으로 바꿔줬습니다. 해당 소비자에게는 사은품까지 지급했지요.
하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제품평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막말이나 흠집잡기에만 열을 올리는 네티즌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동전의 양면 같아요. 잘만 쓰면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어설픈 비판으로 해당 기업을 회생 불능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도 디지털 휴대기기를 사용하다가 맘에 안들거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사실에 입각한 애정 어린 충고를 해주세요. 그런 제품을 만드는 분들 역시 악조건 속에서도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어 보이거든요.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