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개발 환경에는 3고 3저 현상이 있다. 고 연장 근무·고 이직·고 스트레스가 3고이고 저 임금·저 정년·저 비전이 3저이다.” “늘 푸대접과 박봉에 시달리고 야근·철야·휴일근무는 일상생활이 된 지 오래다. 이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벼랑 끝에 선 SW 개발자의 자조 섞인 목소리다.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SW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인데, 정작 SW를 생업으로 하는 개발자의 사기가 이처럼 낮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들의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종합 대책을 빨리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05년 말 SW강국 코리아 비전을 제시하며 2010년까지 최소한 4개 업체를 세계 100대 SW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SW강국 코리아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발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사람이 경쟁력인 시대에 산업의 허리역할을 하고 있는 개발자에 대한 처우가 지금처럼 낮다면 ‘SW강국 코리아’라는 비전의 달성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미국 등 SW 선진국에서는 50, 60세가 넘어도 SW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많은데,우리나라는 30대 중반만 넘으면 개발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실정이다. 당연히 선진국과 실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앞장서 SW 개발자가 얼마나 되는지, 또 그들의 복지 수준은 어떤지 종합적인 실태 파악에 나설 필요가 있다.
SW 개발자 등 엔지니어는 자존심을 먹고 사는 집단이다. 이런 개발자가 SW 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선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 현재 개발자는 프로젝트 개발일정에 시달리는 것보다 프로젝트 추진 도구로 취급받는 현실이 더 견디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이는 SW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개발자의 고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개발자에 대한 재교육 문제도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급변하는 SW기술을 따라가기 위해선 개발자에 대한 재교육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개발자를 몇 년간 고용했다 재교육이 필요한 시기에 비용을 이유로 퇴출시키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개발자를 소모품처럼 인식하는 이 같은 나쁜 관행은 하루빨리 근절돼야한다. 개발자가 최신기술을 지속적으로 습득해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세계적인 제품도 나올 수 있고 글로벌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
물론 개발자의 열악한 환경은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어 쉽게 개선될 사항은 아니다. 일부 게임업체에 고급 개발자가 몰리는 것처럼 돈을 버는 업체가 많이 나오면 자연히 개발자의 처우도 나아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SW에 대해 제값을 지불하는 관행을 정착시키는 등 SW를 둘러싼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정부가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