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36세. 팀 전체 사용 배트 3개. 스스로 외인구단이라 칭하는 23명의 열혈남아들이 있다. 남산에 위치한 애니메이션센터 내 녹음지원실에서 만난 이들은 야구 이야기가 나오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야구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바로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의 야구동호회 ‘애니센터’의 회원들이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애니센터’는 지난 2003년 SBA 내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직원들과 입주사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야구동호회다. 애니메이션센터 앞마당에서 전대현 동호회장이 동료와 테니스공과 나무막대기로 하는 속칭 ‘짬뽕(주먹야구)’을 하다 ‘이 재미있는 걸 다른 직원들도 함께 즐기자’라는 생각이 들어 정식 동아리로 등록해 올해로 만 5년이 되는 젊은 동호회다.
첫 경기에는 10명의 선수가 출전해 연습 중에 한 명이 부상당하고, 한 명이 부상자와 병원에 같이 가는 바람에 8명이 경기를 치러야 했을 만큼 시작은 쉽지 않았다. 좌충우돌 끝에 사회인 야구리그에 진출했다. 첫해인 2004년의 기록은 1승 9패. 해를 거듭할수록 승률은 높아져 이듬해인 2005년 2승 8패, 작년에는 3승 7패를 기록했다. 4년 동안 매년 사회인 야구리그에 참가하다 보니 ‘첫 경기는 무조건 비긴다’는 징크스도 생겼다.
올해는 5월에 행사가 많아 2경기나 참여를 못해 현재까지 전적은 1승 3패. 하지만 ‘애니센터’ 회원들은 “베스트 멤버가 나간다면 무조건 승리한다”며 “나머지 경기는 모두 승리하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우리는 야구(野球)를 야구(野口)라고도 해요.”
애니메이션센터 직원뿐만 아니라 센터 내 창작 지원실 입주사들과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이 회원이다 보니 다른 사회인 야구리그 소속팀들처럼 정례 모임을 갖고 연습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한 달에 두 번꼴로 있는 사회인 리그에 나가면 ‘애니센터’는 여느 야구팀들보다 시끄러운 팀이 된다.
‘애니센터’ 회원들은 “다른 팀들에 비해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고, 회원 수도 적은 편이니까 목소리라도 커야 한다”며 농담처럼 말했지만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열정은 야구 배트를 마음대로 골라쓰는 팀들 못지 않음을 드러낸다. 실제로 경기가 있는 날이면 최소 한 시간 전에는 모여 투구·타격 자세를 교정하며 몸을 푼다.
‘애니센터’의 열혈남아들은 겨울이 가장 싫다. 배트 하나도 더 구입하지 못하는 여건에서 겨울에 연습할 공간을 빌리는 것은 언감생심. 팀의 감독 겸 1번 타자인 이동호 디지털콘텐츠팀장은 “겨울에는 실내 야구연습장에서 배팅 연습을 하며 리그가 열리기만을 기다린다”고 말한다. 이들이 또 아쉬워하는 것은 젊은 신입부원. 막내인 이광욱 감독이 서른 한 살이니 웬만한 팀의 최고령자와 맞먹는다.
“애니메이션이 없었으면 야구를 할 수 없었을 거고, 야구를 하면서 애니메이션을 더 잘할 힘이 생겼죠.”
전대현 동호회장의 말에서 읽을 수 있듯 ‘애니센터’에게 애니메이션과 야구는 열정이란 공통 분모를 안은 이름이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