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도에서 글로벌 IT기업의 중역으로 근무 중인 인도 친구를 만났다. 이런저런 정보를 나누던 중, 우연히 대학교육에 대해 얘기하게 됐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인도에서는 매년 수많은 젊은이가 IT를 전공하고 사회에 진출하지만 여전히 IT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대학에서 IT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은근히 질투가 나는 대목이었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서 내심 ‘싼 임금’ 때문이라는 답을 기대했지만 그의 답은 기대를 빗나갔다. 그들이 전 세계 IT 시장에서 양적·질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그들의 타깃이 인도가 아니라 글로벌 마켓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대학에서의 교육의 깊이 차이도 큰 이유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언어 문제로 IT 인력의 세계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는 우리의 현실은 피부로 느끼고 있었지만, 대학교육의 깊이 차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한국의 대학 교육 수준도 매우 높다고 대응하려다가 그의 설명을 다시 듣기로 했는데, 인도 대학에서 IT 교육은 학생들을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바로 투입 및 활용이 가능한 수준으로까지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 대학의 현실을 되짚어 봤다. 분명 우리 교육이 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 커리큘럼 자체가 백화점식으로 많은 과목으로 나뉘어 있고 그나마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전공에 열중하기보다는 영어·자격증 등 부가적인 것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어 깊이 있는 IT 교육이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IT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내 경험에 비춰봐도 신입사원 채용부터 OJT를 거쳐 현장에 투입한 다음 자신의 위치에서 한몫을 하는 데까지는 보통 1년 정도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비해 인도 대학생은 졸업식 다음날부터 거의 완벽한 IT 인재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현장 인턴과 같은 기회가 IT를 공부하는 ‘많은’ 젊은이에게 열려 있고, 학교 당국도 이러한 산교육 체험을 학생들에게 요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인턴제도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우리 인턴제도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는 건 아닌지 싶다. 대개의 경우 인턴제도는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업이 요구하는 인턴의 대상은 대학교 4학년생, 좀 이른 경우 3학년 2학기 정도다. 그 기간도 2개월 방학기간부터 길어야 3∼6개월이다. 현장체험의 기간이 너무 짧다. 물론 기간은 문제가 안 된다고 무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현장경험 기회가 너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기업은 인턴제도를 마치 대기업만이 제공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배려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기업의 의무다. 특히 현행 대기업의 인턴제도는 대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미리 교육시키는 ‘입도선매(立稻先賣)’ 형태로 왜곡 운영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인턴 경험을 학점화해 장려 혹은 의무 과정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실제 현장 적응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며, 졸업과 동시에 고등교육을 받은 인적자원으로서 역할 수행에 필요한 자격을 갖추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턴사원을 희망하는 기업은 대기업이든 중소 기업이든 가리지 않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우선 대부분의 학생과 학교가 대기업을 선호한다. 중소기업 측에서 학교 측에 인턴사원의 문호를 개방해도 지원하는 학생 수도 적고 학교 당국조차 권하지 않는 실정이다. 분명 인턴제도는 학교에서 부족한 현장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지름길이자 산교육이어야 하며, 이것이 대기업으로의 손쉬운 취업의 지름길 또는 대기업의 우수대학생자원의 입도선매라는 왜곡된 방법으로 이용돼서는 안 될 것이다.
경쟁력이 약화된 우리의 소중한 인적자원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바로잡는 것, 이것이 지금 현재의 IT 강국, 한국의 위치를 지켜가는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재형 국민대학교 비지니스 IT학부 겸임교수 hansod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