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의 ‘새 주인 찾아주기’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매각 주간사인 삼정KPMG를 통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2일까지 입찰제안서를 받는다. 과연 누구에게 얼마에 팔릴까 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지난해에도 삼정KPMG를 통해 최종 H&T와 매각을 추진했지만 가격과 고용승계 등의 암초에 걸려 유찰된 바 있다. 삼보는 최고 2500억원을 원했고 H&T는 인수가치를 1500억원으로 생각했다.
삼보의 현재 자본금은 200억원이다.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으로 55.97%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기업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업이익은 지난해에 58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11억원으로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없어서 못 판 에버라텍 노트북PC의 증산을 위해 지난 4월부터 본사 안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2만8000대의 노트북PC를 팔았던 삼보는 올해 1분기에는 4만3000여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매각결렬로 인해 시장에서 회생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현재 점유율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2분기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영국의 딕슨스에 데스크톱PC 슈퍼슬림 리틀루온 1만대를 수출했다. 이는 기술력과 제품의 경쟁력을 해외에서 더 인정하는 셈이다. 국내 PC 역사의 산증인인 원조벤처가 제자리를 찾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다. 한때 PC업계에 먹구름을 드리웠던 ‘문제아’가 불과 몇 년 만에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인수합병(M&A)은 전문업체가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최우선의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와 우호적 ‘이해관계’다. 각 기업의 장점을 결합해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의 파이도 키워야 세계 무대에서 생존할 수 있다. 때를 놓쳐 적대적 M&A에 노출된다면 또다시 힘든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이뤄지는 우호적M&A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바람일까.
김동석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