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IT코리아 2.0](2부)M2M을 향해­⑨포털 권력화 규제

요즘 사람들은 어떤 문제 해결요구에 직면해 있을 때 농담처럼 검색포털 “네이버에 물어보라”고 말한다.

 세계 최대 포털인 구글 본사의 거대한 칠판에서는 심심치 않게 ‘구글닷가버먼트(google.gov)’ ‘구글의 증시 장악’과 같은 섬뜩한 낙서들이 발견된다. 이 같은 현상과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포털에 정말 모든 답이 있을까.

 지금 인류는 1년 동안 약 5엑사∼10엑사(10의 18승)바이트에 달하는 정보를 만들어낸다. 책으로 치면 5조∼10조권 정도인 이 방대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포털)부터 두드려야 한다. 과연 그 문이 21세기 최강 권력으로 떠오를 것인가. 시민과 정부가 눈을 부릅뜰 때가 왔다.

 

 “시장지배를 넘어 언론지배로…시장을 좌우할 만큼 거대해진 포털이 서서히 권력을 향해 가고 있다.”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의 전경웅 사무국장이 최근 국회에서 진수희 의원(한나라당) 주최로 열린 ‘포털정책토론회’를 통해 쏟아낸 말이다. 콘텐츠공급업체(CP)들이 자금난과 인력난을 견디며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낸 솔루션·콘텐츠를 발판으로 삼아 언론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며 권력화한다는 것이다.

 포털의 권력은 여론 지배력에서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이른바 ‘개똥녀’ 사건이 일어났을 때 포털에서 제공하는 ‘여론 마당’이 얼마 큰 힘을 발휘하는지 입증됐고, 급기야는 살빼기에 성공했던 16세 소녀가 악플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하고 말았다.

 “2005년 5월 K씨에 대한 사이버 마녀사냥을 보면서 누구라도 K처럼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느껴 최소한의 포털 규제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법무법인 정률의 이지호 대표변호사는 “K씨 사건은 개똥녀 사건과 더불어 사이버 마녀사냥의 대표적 사례”라며 “포털에 최소한의 의무를 지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05년 5월부터 2년여간 네이버, 다음, 야후, 네이트 등을 상대로 K씨 소송 대리인으로 활약, 최근 승소했다. 이 소송을 통해 △포털이 K씨 관련 기사를 게재한 행위 자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포털이 명예훼손 댓글을 방치한 책임을 법원이 모두 인정함으로써 국내 포털 규제에 대한 노둣돌을 놨다.

 구체적으로 “포털의 (클릭 수 증대를 위한) 정책적 댓글 개방, 명예훼손 게시물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상황에도 방치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게 이지호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포털이 언론이 생산한 기사들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편집하기도 하는데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한 ‘편집판 보관 의무’를 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검색서비스사업자(포털)의 기사편집 제공서비스에 대한 규제제도’를 통해 ‘포털을 매개로 한 권리침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영기 경성대 교수(문헌정보학)는 “포털 측에 수집중인 데이터에 대한 책임을 법적·집단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라며 “유용한 지식을 선별하도록 도와주고, 지식을 책임 있게 보존해주는 (공공의) ‘지식 트러스터(Trust)센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메가트렌드-교육의 미래 어둡게 하는 `지식검색`

최항섭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jesuishs@paran.com

 “수업시간에 가상현실에 대한 사례조사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했더니 40명 학생들 중 두세 명 빼고 모두 동일한 내용의 리포트를 제출했습니다. 거의 다 영화 매트릭스에 대한 내용을 제출했어요. 그리고 매트릭스가 왜 가상현실에 관한 것인가에 대한 논리전개 역시 동일했습니다. 짚히는 데가 있었죠. 포털 지식검색에서 ‘가상현실’을 검색하니, 첫 페이지에 대부분 매트릭스에 대한 내용이 가득했습니다. 정말 한숨이 나왔습니다.”

 얼마 전 한 교수로부터 들은 푸념이다. 인터넷이 가져온 가장 큰 도우미로서 지식검색을 꼽는 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중학생 이상 한국인의 95%가 지식검색을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평발은 왜 걷기 힘들까’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 방법은’ ‘잘 없어지는 않는 팝업창을 없애는 법’ 등 우리는 일상에서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지식검색을 이용하여 얻고 있다. 지식검색은 이제 우리에게 산소와 같은 것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학습 시대가 열리면서 이제는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지식검색을 이용해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 고령자들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외국어나 컴퓨터 다루는 법을 지식검색을 통해 배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지식검색이 가지는 지식의 중복성과 얕음이다. 전 세계 지식의 판도를 바꾸어 놓고 있는 구글이나 위키피디아와는 다르게 우리의 지식검색은 거의 전적으로 일반사용자들의 묻고 답변하기에만 의존하면서 성장하였다. 이는 심층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웹페이지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인해 지식의 공급을 사용자들에게 맡기고 포털은 그 공간과 기회만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사용자 스스로 묻고 답하면서 일상에서 곧바로 필요한 상식과 정보는 그야말로 못 찾는 것이 없게 되었다. 그런데 제시된 답변은 발췌·요약한 것,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디서 들은 것 등이 대부분이다. 그 내용도 심할 정도로 다른 답변들을 베껴서 그대로 올려놓는다.

 ‘공부 잘하는 방법’을 검색하면 무려 7만 여건의 답변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그 많은 답변 대부분은 거의 유사한 것들이다. 서로가 서로를 베낀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자료 중 대학생이 올린 자료를 보면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어떤 이의 리포트 몇 개를 대충 편집해서 제목만 바꾸어 올려놓고 유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자라나고 배우는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 스스로 해결하고 만들어가는 능력이다. 그런데 인터넷 입력창에 키워드를 치면 나타나는 답변을 자신의 것으로 제시하는 습관은 창조력을 사장시켜 버리는 일이다. 지식검색 결과가 지금처럼 얕고 요약됐으며, 창조적인게 아니라 복제된 것만이 난무하게 된다면 한국교육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