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이 기존 산업의 고도화·내실화에 초점을 맞춰지면서 신산업 발굴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각종 정책이 FTA 등에 집중되는데다, 정권말기에 몰리면서 신산업 발굴이나 차세대 먹거리 산업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올해 들어 산업정책의 많은 부분이 FTA에 집중되고 기존 산업의 안정성 확보와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최근의 각종 산업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또 “신산업은 ‘시장 선점’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정책적 차원의 준비가 소홀한게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책을 산업에 연계시키는 한 산하기관 관계자도 “각종 산업 정책을 한미 FTA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신산업발굴, 연구개발 전략 등에는 소홀한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발표된 산업정책이 대부분 ‘성과’를 의식한 안정화·내실화에 맞춰지면서도 신산업 추진 계획 등은 차기 정부로 이월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5개 국책연구기관이 공동 기획해 과기부·산자부·정통부·복지부 등에 보고돼 호평을 얻었던 초대형 융복합 프로젝트(유비쿼터스 의료 산업의 일종)는 최근 차기 정부로 이월됐다. 지난 1년여간 공을 들였고 각 부처에서도 서로 주관하겠다고 할 정도로 평이 좋았지만 내년 예산 심의를 올리지 않기로 결정돼 일러야 오는 2009년에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10대 차세대성장동력 사업 후속으로 시작된 ‘차차세대 전략기술 시범사업’도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다는 평가다. 15대 과제가 선정된 것은 지난해였지만 정부는 최근에서야 4개 시범과제에 대한 지원기관 등을 선정했을 정도다. 본사업에 앞서 1년 동안만 진행될 시범사업 준비에만 6개월여를 소비하면서 내용에서는 큰 진척이 없었던 셈이다.
산자부가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지식서비스산업 역시 6월 말까지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까지 육성 방향조차 잡지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등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전망이 많다”며 “차세대 신산업에 대한 더욱 큰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