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행된 각종 산업정책에서 차세대 먹거리에 직결되는 신성장 산업 발굴 비율이 낮아진 것은 정부가 사실상 FTA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또 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고도화와 내실화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성과도출’ 방침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정부의 산업정책은 크게 ‘기존 산업의 고도화’와 ‘신산업 발굴’로 요약된다.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거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지만 ‘시기’가 중요한 신산업발굴 정책이 약화되는 것에는 유관부처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업고도화 정책에 치중= 신산업 발굴 정책이 비중이 낮아졌다는 지적은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 내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산자부가 기획한 정책이나 행사 대부분은 기존 FTA 관련 정책을 산업별 기능별로 쪼갠 것이 대부분이다. 또 올 초 관심을 모았던 ‘2015산업발전전략’이나 ‘차차세대 전략기술사업’ 등은 이미 지난해 제시된 것들이다.
그나마 신산업발굴로 관심을 모았던 ‘지식서비스산업 육성 계획’은 관련업계가 공감할 수준의 비전이나 전략을 아직 내놓지는 못한 상태다. 유망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 대거 중핵기업 육성책도 아직 이렀다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정권 말기라는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무리한 일을 벌이기보다는 기존 업무 내실화에, 모험적 투자보다는 안정적 과실 챙기기 경향이 뚜렷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정권 말기에는 새 일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업무를 다지는 경향이 많다”며 “이는 새로운 사업을 회피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 정부에서 새롭게 시작하면서 연결성을 갖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신산업 발굴이 중요한 이유= 전자산업에서 차세대 먹거리 발굴이 중요한 이유는 빠른 생명주기로 대표되는 산업적 특성상 적기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산업은 핵심기술과 상품의 ‘선점’ 차원에서 글로벌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나중에 몇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 경제가 일본·중국 사이에 끼였다는 ‘샌드위치론’이 대두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을 이을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정부가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대한 꾸준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교수는 “삼성·LG 등 주요 기업이 최근 들어 차세대 먹거리 창출의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도 정부의 정책적 빈곤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정권 말기일수록 오히려 정부 역할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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