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넘쳐나는 데이터, 통합만이 `살 길`

[ET단상]넘쳐나는 데이터, 통합만이 `살 길`

한국에서 생활한 지 벌써 11년째 접어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한국 속담처럼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의미인지 도저히 모르겠던 한국 속담의 의미를 깨우칠 만큼 한국에 적응하며 내 스스로도 변화해 왔지만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변함없는 것은 내게 너무나도 강렬하게 각인된 한국의 이미지, 즉 단일민족으로 구성됐으면서도 다양한 생활과 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채롭고 다이내믹한 이미지다.

 한국의 다이내믹함은 내가 몸담고 있는 IT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IT 컨설턴트로서 유럽과 아시아 여러 나라를 접해봤지만 ‘글로벌 IT 강국’이라는 말에 걸맞은 한국 IT 시장의 빠른 변화와 성장 속도는 일찍이 어떤 나라에서도 갖지 못했던 놀라운 경험이다. 그 놀라운 발전의 속도만큼이나 폭증하고 있는 데이터는 한국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의 핵심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KTNet이 세계 최초의 공인전자문서보관소 1호 사업자로 그리고 LG CNS가 2호 사업자로 선정된 후 얼마 되지 않아 제3호 사업자 선정이 가시화될 만큼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 컴플라이언스(규제·준수) 시장 형성에 속도가 붙고 있다. 세계적으로 컴플라이언스가 강화되고 이에 대한 각 업계의 대응방안이 구체화되면서 국내에서도 몇 년째 컴플라이언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의 엔론 사태와 같은 이슈가 없었기 때문에 국내 컴플라이언스 시장이 형성될 만한 필연적이고 구체적인 동기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자가 선정되고 구축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머지않아 국내 컴플라이언스 시장도 빠르게 형성될 것으로 추측된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지 중심의 데이터 보호 시장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시장과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컴플라이언스 시장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에 대한 업계의 대응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I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컴플라이언스와 관련된 IT 시장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18.4%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기준 92억달러 규모의 시장이었던 이 시장은 2010년이 되면 210억달러 규모로 성장하리라는 예상이다. 이처럼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컴플라이언스 시장의 핵심은 이기종 스토리지 환경에 존재하는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빠른 속도로 원하는 정보를 탐색하고 찾아내는 기능이다. 이 같은 컴플라이언스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토리지 업계는 데이터센터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실제로는 활용되지 않고 있는, 이른바 ‘노는’ 스토리지를 다시 배치(re-allocation)해 활용하는 스토리지 밸류 가상화를 통해 새로운 환경으로 데이터를 이동시킬 때 기존의 시스템을 손상시키지 않는 동시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통합 시스템을 제공해야만 한다. 즉, 기존의 방식대로 용량이 부족하면 무조건 스토리지를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 환경을 잘 활용하고 중복된 데이터를 줄여갈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해답이 바로 가상화 기반의 통합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 스토리지 업계는 우선적으로 데이터와 기능 그리고 개인 및 운영에 관한 기존 규정을 실질적으로 표준화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고객들이 비즈니스 단위 및 IT 대상 서비스에 적합한 비용을 지급할 수 있도록 맞춤형 스토리지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데이터 폭증의 문제와 비즈니스적인 요구사항에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이야말로 기존 시장의 포화와 장비 가격 하락으로 오랜 침체기를 맞았던 국내 스토리지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국내 컴플라이언스 시장과 스토리지 업계를 주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온 국내 IT 시장의 빠르고 올곧은 성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네빌 빈센트 HDS코리아 지사장 nevill.vincent@h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