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北, 이젠 개혁과 개방 나설 때

한반도 주변 국가가 군비경쟁에 나서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핵탄두 10개를 실을 수 있는 사거리 1만㎞의 신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미·일동맹 강화에 자극받은 중국은 최근 국방비를 증액하면서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860㎞ 상공에 있는 기상위성을 요격 미사일로 격추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일본도 중국의 군비 증강과 북한 핵에 자극받아 군사 목적의 위성 개발 의도를 드러내고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기 도입을 추진하며 해군력을 증강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한국도 이지스 체제를 갖춘 7600톤급 세종대왕함을 진수했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 국가가 군비경쟁에 나서면서 새로운 냉전이 오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북한 핵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6자 회담 참가국은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 의하면 북한은 60일 이내에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요원을 복귀시키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뜻하지 않은 복병에 걸려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은행에 묶인 북한 자금 문제가 완전 해결되지 않으면 2.13합의 이행은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문제의 2500만달러를 되돌려받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북 금융제재가 완전히 해결돼 북한이 국제 금융체제에 편입돼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법자금임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자금 전액에 해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을 돈세탁은행으로 지정해 놓고 북한 계좌에 동결 해제 조치를 취했다. 이것은 북한이 2500만달러를 현금으로 찾을 수는 있으나 자유로운 송금은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2.13합의 이행을 위한 북한 당국의 의지일 것이다. 북한이 합의 이행에 소극적이거나 합의를 무시할 때는 동북아 국가의 군비경쟁 구도와 맞물리면서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 국면이 조성되고 동북아 전체에 먹구름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애초 약속한 대로 합의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 핵폐기까지 가게 된다면 한반도는 상생의 시대를 맞게 되고 북한 주민의 어려움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은 체제의 경직성과 정책의 실패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게 되자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첨단 IT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원과 자본이 부족한 북한은 고부가가치 산업인 IT산업에 집중함으로써 과거 선진국이 걸어온 산업화에서 정보화로의 경로를 생략하고 곧바로 정보화에 주력해서 단번 도약을 하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인도가 IT산업에 주력해 엄청난 소득을 올린 것에 착안했다는 증언도 있다. IT산업은 과도한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고 체제 개혁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IT산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고 더구나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창의적인 사고와 정보의 공유가 전제돼야 한다. 개방과 공유를 기본 속성으로 하는 IT산업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외부와의 접촉을 막아 놓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개혁과 개방에 나선다면 그것이 단번 도약의 길이며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김수민 선문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soomin@sunmo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