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임대형 디지털케이블TV 셋톱박스의 케이블카드(POD) 장착을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동안 정책 결정 지연으로 지지부진했던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게 됐다.
정통부 관계자는 11일“최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로부터 케이블카드 유예 건의문을 받았다”며 “업계 의견을 수렴해 유예 문제 결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통부와 케이블TV 업계는 이르면 다음주 장착 유예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유예 결정이 가능해진 것은 케이블업계와 디지털카드 업체 간의 논의가 급진전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티브로드·씨앤앰·CJ케이블넷·HCN 등 주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및 SO와 케이블카드 제조업체 코아크로스는 최근 임대형 셋톱박스에 대한 케이블카드 장착 유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아크로스는 정통부가 도입한 디지털케이블TV 표준인 OCAP의 요건이 케이블카드라며 유예를 주장해온 방송사업자들과 충돌해 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합의를 유도해온 정통부도 정책적인 부담감을 떨어낼 수 있게 됐다”며 “곧 유예 범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했다.
케이블카드는 수신제한시스템(CAS) 기능을 모듈화한 것으로 정통부 기술규격은 디지털케이블TV 셋톱박스에 분리형 케이블카드 장착을 의무화했다. 케이블TV 방송사업자들은 △셋톱박스와 케이블카드의 정합 문제 △셋톱박스 가격 상승 때문에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이 늦어진다며 의무장착 유예를 정통부에 주장해 왔다. 가입자가 소매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셋톱박스에는 케이블카드를 의무 적용하되 SO가 가입자에게 임대방식으로 직접 셋톱박스를 공급할 때는 적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상희·최순욱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