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지면을 자주 채웠던 뉴스 중 하나가 ‘전자종이(e페이퍼)’다. 국내외서 개발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조만간 실생활에 적용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특히 전자종이를 쓰면 화면을 둘둘 말고 다니며 기사를 읽고 책도 볼 수 있게 된다는 얘기는 호기심을 유발했다.
지난 5월 프랑스 경제 일간지 레제코를 취재했다. 올해로 창간 99주년을 맞는 이 신문은 이달 중 세계 최초로 전자종이신문을 발행한다. 매일 ‘종이신문’을 배달하지 않고 독자들에겐 기사를 내려 받을 수 있는 전자종이만 준다. 기사는 유무선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는 레제코의 필립 자네 전자신문 발행 총책임자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전자신문이 종이신문·인터넷신문과 함께 공존할 것이며 신속한 정보를 원하는 독자에게 맞는 매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두 차례에 걸쳐 e메일로 진행됐다.
- 외신에 따르면 레제코가 내년 창간 100주년을 맞아 전자종이신문을 발행합니다. 구체적인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요.
▲우리는 프랑스의 경제·금융전문 신문사로 올해 창간 99주년을 맞았습니다. 전자종이 서비스는 올 상반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자잉크 기술이 사용된 전용 리더를 5월 말부터 독자들에게 일괄 배송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좀 더 빠르고 정확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 몇 해 전부터 준비했던 사업입니다.
- 속보와 대중적인 측면에선 휴대폰이 좋지 않을까요.
▲물론 해봤습니다. 지금도 PDA와 휴대폰 등에 뉴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하지만 기존 단말기들은 화면 크기나 해상도·소비전력·지속성 등에 있어서 독자들에게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웠습니다. 반면 전자잉크 기술로 한층 자연스러워진 전자종이의 표현력은 독자들이 종이신문을 읽을 때와 같이 눈의 피로 없이 편안하게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우리는 전자종이가 PDA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전자종이는 각국에서 꾸준히 개발돼 왔지만 값비싼 제조 비용 때문에 상용화가 어려웠습니다.
▲레제꼬를 잠시 소개 드리면 프랑스의 경제와 금융관련 기사를 주로 다루는 신문입니다. 주독자가 금융·경제분야 종사자이면서 일정 소득 수준 이상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가격 문제는 있었습니다. 개발책임 및 예산 담당자와 문제점을 검토하고 협상을 진행한 끝에 전자종이의 가격을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 세계적으로 신문 독자들은 ‘종이’를 통해 뉴스를 읽는데 익숙해 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텐데요.
▲전자종이에 대한 반응은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때 인터넷의 보급으로 종이책 문화가 인터넷 문화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웹의 출현은 프랑스의 전통적인 독서 방식에 위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전자종이 역시 종이신문의 독자를 감소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그렇다고 변화가 없을 것 같진 않습니다.
▲전자종이는 매순간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기사와 정보들에 대한 독자들의 접근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또 전통적인 종이를 새롭게 변화시키거나 혹은 사라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때 디지털 페이퍼가 고전적인 종이 문화를 위협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기술의 발전은 고전과 신문화를 적절히 조화시켜 공존을 도모했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도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신속히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수용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디지털 문서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는 많은 사람들과 종이를 더 선호하는 전통 종이신문 독자들에게 전자종이의 편리성·휴대성·자율성·현실성, 그리고 앞으로의 위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리고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신문은 경제 정보와 분석적인 내용들을 독자들이 쉽게 접하도록 해 지속적으로 수익성 있는 모델을 유지해 가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앞으로 전자종이신문은 종이신문이나 인터넷신문과 같은 신문의 한 부분이 되어 각각의 영역에서 경제모델의 발전에 중요한 위치를 갖게 될 것입니다.
- 현재의 전자종이는 흑백이란 단점도 있습니다.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자종이가 흑백인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종이신문도 완전한 컬러로 제공되지 않습니다. 전자종이신문과 기존 신문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컬러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에 있습니다.
- 전자종이를 들고 다니면서 무선으로 뉴스를 받아 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선망 문제가 있을 텐데요.
▲현재 파리를 포함한 프랑스내 인터넷 보급률과 무선인터넷 서비스 지역을 따져보면 큰 무리가 없는 상태입니다. 또 무선 서비스는 부가 서비스 항목으로 분류해 이를 가입하지 않은 전자신문 독자들은 USB를 통해 컴퓨터나 휴대폰과 연결하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 향후 계획을 소개해주다면.
▲우리는 전자종이신문에서 비디오도 볼 수 있고 백과사전에도 접속할 있길 바랍니다. 또한 타 신문사의 다양한 기사들도 전자종이신문에서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레제코는
레제코는 프랑스 최초의 경제·금융 전문 신문이다. 로버트와 에밀리 세르방 스레이브 형제가 1908년 창간했으며 1928년 일간지가 됐다. 1988년 파이낸셜타임스를 소유하고 있는 피어슨이 인수했으며 현재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자회사다.
하루 발행 부수는 종이신문의 경우 14만부며 인터넷신문은 4만명을 구독자로 두고 있다. 인터넷판의 성공에 힘입어 전자신문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레제코 전자종이신문은
텍스트는 신문과 비슷했지만 모양은 많이 달랐다. 디스플레이 자체가 전자종이라 해도 이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무선랜·메모리·CPU 등의 부품 때문에 둘둘 말아 보는 형태가 되려면 꽤 시간이 걸릴 듯 했다.
레제코의 전자신문은 화면이 6인치인 제품과 8.1인치 제품 두 가지다. 6인치 제품은 길이 19㎝, 너비 12㎝며 8인치는 길이 21㎝, 너비 15㎝다. 6인치의 경우 두께가 8㎜로 상의 안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8인치 제품은 두께(16㎜)도 그렇지만 화면 크기 때문에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이 더 적합해 보였다.
두 신문 모두 기사를 저장할 수 있도록 메모리가 내장돼 있고 용량은 메모리 카드를 추가해 늘릴 수 있다. 기사는 USB를 통해 PC에서 신문으로 내려 받는데 8인치 전자신문은 무선랜 기능이 있어 외부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8인치 제품은 터치 센서가 내장돼 문서 읽기·저장·메모 등을 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전자종이가 사용된 탓에 구독료는 꽤 비싸다. 종이신문의 연간 구독료가 416유로인 데 반해 전자신문은 단말기 포함 679∼799유로다. 799유료는 우리나라 돈으로 99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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