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특구에 1000억원대 매출 벤처기업 탄생이 잇따라 예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선두 기업인 아이디스를 비롯, 해빛정보, 골프존, 디앤티, 알에프세미, 에이팩 등 6개사가 이르면 내년부터 오는 2010년까지 1000억원대 매출 기업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여년간 묵묵히 제 길을 걸어온 대덕의 벤처산업이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발판으로 끊임없는 연구개발 활동과 시장성이 강한 제품을 내세워 세계가 인정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 1000억원대 매출 벤처기업은 1만2000여개 벤처기업 가운데 1%에도 못미치는 102개에 불과하다. 대덕의 벤처기업이 300∼40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이들 기업의 두드러진 활동이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 산업 발전에도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 1000억원 매출 달성 기대감 ‘솔솔’=올해로 창업 10년차를 맞는 DVR 전문기업 아이디스(대표 김영달)는 세계적인 시큐리티 전문 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연내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71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던 이 회사는 올해 900억여원에서 내년에는 1000억원대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97년 창업 후 매년 고공 성장을 거듭해 온 이 회사는 성장 비결로 우수한 연구개발(R&D) 인력을 꼽고 있다. 보안 분야 전문 R&D인력이 전체 직원의 40% 가까이 되며, 석·박사급 연구원도 전체 R&D 인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첨단 IT기술을 습득한 DVR 전문 연구인력이라는 점에서 세계 최고의 집중성을 자랑한다. DVR 제품과 관련,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풀라인 업을 보유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내년 2월 대덕테크노밸리에 신축중인 제2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생산물량도 현재보다 3배 이상 확대될 예정이다.
◇2009년에는 ‘우리도 간다’=해빛정보(대표 박병선)와 골프존(대표 김영찬) 2개사는 1000억원 매출 달성 시기를 2009년으로 잡고 있다. 광픽업장치 개발로 첫 출발한 해빛정보는 카메라폰용 적외선차단(IR) 필터로 이름을 날린데 이어 최근에는 경금속 표면처리 사업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지난해 중국 우한에 현지 공장을 설립한 이 회사는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광학 부품 생산에 들어간다. 이 회사는 경금속 표면처리 사업과 광학부품 생산 사업이 궤도에 오를 경우 2008년 700억∼800억원에 이어 2009년에는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프시뮬레이터 전문업체인 골프존의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올해 300억원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 이 회사는 2008년 600억원, 2009년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에 고객 위주의 제품력을 강화한 것이 회사 성장의 큰 원동력이 됐다. 국내 골프시뮬레이터 시장의 53%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골프 시뮬레이터기를 갖춘 카페 형태의 복합 문화공간을 수익 모델화해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000억원대 매출 기업 2010년 ‘봇물’=2010년에는 디앤티(공동대표 이양규·김광선), 알에프세미(대표 이진효), 에이팩(대표 송규섭) 등 3개사가 1000억원대 매출 기업에 새롭게 합류할 전망이다.
특수 디스플레이 전문업체인 디앤티는 전체 매출액의 90%를 해외에서 거둬들인다. 창업 당시부터 수출 마케팅에 주력, 작지만 강한 ‘강소형 기업’으로 탄탄하게 자리잡았다. 올해 400억원대 매출을 바라보고 있는 이 회사는 현재 추진중인 반도체 기술 개발이 가시화될 경우 1000억원대 매출 달성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소자 전문업체인 알에프세미는 전 세계 마이크로폰 칩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의 산요, 도시바, NEC 등 세계적인 기업을 제치고 관련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2010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6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중국 심천에 개설한 기술지원센터를 통해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폰 칩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자급 반도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200억원대 매출에 이어 2008년 300억원, 2009년 600억원, 2010년 100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CPU 냉각모듈 전문기업인 에이팩은 지난해 세계적인 기업인 인텔의 자회사인 인텔캐피털로부터 3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결산 결과에 따라 코스닥 진출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다. 전체 직원의 20%를 R&D 인력으로 둘 정도로 전문 인력 양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쿨링 분야와 신·재생 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미국·중국·일본 등 국가에 20개 대리점을 구축,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20%에 머물고 있는 수출 비중을 2009년에는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인터뷰-박병선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장
“대덕특구에서도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 반드시 탄생할 것입니다. 그러한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규모가 큰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수혈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박병선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장은 “앞으로 대덕이 한국의 미래를 견인할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그 기회는 지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덕의 가장 큰 잠재력은 기술력이지만, 그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미숙했다”며 “현재 앞서 나가는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엔진을 달 수 있도록 정부출연연에서 개발된 신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기반을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기업이 있어야 합니다. 대전시는 이렇다할 대기업도, 외국기업도 없는 곳입니다. 지역의 영세한 벤처기업들이 잘 살기 위해서는 앞에서 이끌어 줄 수 있는 리딩 기업이 필요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만들지 않고서는 대덕이 발전할 수 없습니다.”
올 초 회장에 취임하면서 제시한 ‘2020 비전’도 이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2020년을 목표로 1조원대 기업 10개, 1000억원대 기업 100개, 100억원대 기업 1000개를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했다.
“대덕에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먹이사슬 구조가 형성돼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잘 나가는 기업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키워야만 합니다.” 그가 먹이사슬론을 내세운 데는 국내 대기업인 삼성이나 LG 등을 중심으로 하청업체들이 생겨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속적인 발전이 이뤄지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다. 대덕에도 이러한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대전시가 대덕테크노밸리에 대기업 및 외국인전용단지를 마련해놓고 유치전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지 않았느냐”며 “결국 대덕에서 스스로 큰 기업을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이 지역 먹이사슬이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기업의 매출액이 큰 만큼 투자 여력도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가령 매출 1000억원대 기업에서는 투자액도 100억원대 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지역 기업들에게 돌아오는 이익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궁극적으로는 부를 축적한 기업이 번 돈을 사회에 투자하고 환원함으로써 더불어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투자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지역의 각계 분들과 이런 부분에 대해 공감하고, 대덕의 성장을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중에 있다”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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