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 여전히 우리 경제의 희망

 벤처업계에서 오랜만에 낭보가 전해졌다. 작년 말 기준 매출 1000억원을 넘는 벤처기업이 처음으로 100곳을 넘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1000억클럽’이라고 불리는 이들 벤처기업은 2005년도만 해도 80개에 불과했는데 1년 사이에 20개 이상이 늘면서 총 102곳이 됐다.

 이제 벤처기업은 단순히 기술력을 갖고 있는 작은 기업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의 든든한 허리 구실을 하며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벤처신화가 있었기에 코스닥도 투자자들에게 가치를 주며 신흥 자본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벤처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 경제에 희소식이다. 실제로 1000억 클럽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수출과 고용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005년 1000억클럽에 가입한 벤처기업의 수출액은 3조6743억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6조9919억원으로 무려 93.4%나 급증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작년에 기록한 전체 수출액(약 300조원)의 2%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다. 1000억클럽 벤처기업의 고용인원도 4만4480명으로 2005년도(3만3816명)에 비해 31.5%나 늘어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벤처산업 성장의 토대가 됐던 벤처특별법이 제정된 지 10년째 되는 해라는 점에서 1000억클럽 벤처기업의 증가가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

 정부는 코스닥시장 개설 이듬해인 지난 1997년 벤처기업 창업 촉진과 지원을 위해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한 바 있다. 이후 벤처기업은 외환위기 극복에 한몫을 담당하는 등 우리 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며 고용 창출 등에 기여했다. 벤처기업 수도 2001년 1만개를 넘은 후 2004년에는 8000개 정도까지 감소했으나 다시 상승세로 전환, 올 4월 말 현재 1만2600개에 이르고 있다.

 벤처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우선 활발한 인수합병(M&A)을 보장하는 선진형 벤처금융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미국 벤처 기업은 적극적 M&A를 통해 외형을 키우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제도적 환경이 미비해 아직 M&A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벤처기업 스스로가 자생력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현재 1000억클럽에 가입한 벤처기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업체가 대기업에서 하도급하고 있는데, 이는 자생력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벤처기업이 계속 우리 사회의 성장엔진이 되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도 요구된다. 이런 의미에서 벤처특별법의 유효기간을 10년 더 연장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처리되기를 바란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기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벤처기업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