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感性)이 담긴 소재를 찾아 드립니다.”
‘기술대국, 코리아의 메카’ 대덕연구단지내 너른 도로 한 켠에는 LG화학의 최고경영자(CEO) 직속조직인 테크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최고의 기술 서비스로 최대의 고객만족을 이끈다’는 모토 아래 지난 95년 설립된 테크센터는 190명의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소재개발·자동차·PVC·폴리올레핀·고무/특수수지·응용기술 등 석유화학 전 분야를 망라한 8개 팀과 분석센터에 포진해 첨단 시험(파일럿) 생산설비로 무장한 LG화학 고유의 특화조직이다.
이 센터 인력은 소재·생산공정 등과 관련해 자사 고객을 찾아 직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기본 임무와 함께 제품의 기능과 공정에 혁신을 가져 올 신소재기술 개발, 설비개조 등까지 수행하는 토털 서비스 제공자들이다.
금종구 센터장은 “센터 인력들은 자신을 ‘똑똑한 연구원’이 아닌 현장을 누비는 ‘테크니컬 마케터’로 부른다”며 “연구역량은 기본이고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시장의 요구를 고객보다 먼저 간파해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른바 ‘시장지능(Market Intelligence)’으로 다져졌다”고 강조했다. 생산현장 경력 5년 이상의 베테랑만 센터 입성을 허용할 정도다.
이들의 활발한 현장활동은 수많은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고객사 기계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다가 얻은 지식으로 기계 마모를 방지하는 새로운 코팅 기술을 개발하는 등 ‘현장이 답이다!’라는 제조 산업의 금과옥조(金科玉條)를 구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거형태인 온돌문화를 중국시장으로 전파한 숨은 공로자로도 평가받고 있다. 테크센터는 정부, 관련 업계와 손잡고 고밀도 폴리에틸렌(PE) 온돌 파이프의 규격화를 이룬 뒤 중국시장 진출을 주도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올해 수출물량만 한해 국내 수요와 맞먹는 3만 톤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테크센터가 라디에이터 방식의 중국 난방문화를 온돌식으로 바꾼 셈이다.
이에 앞서 2년전에는 LCD TV의 외장 프레임 소재에서도 혁신을 일궈냈다. 센터는 기존에 TV 외장프레임이 만들어진뒤 광택을 내기 위해 별도로 필요했던 스프레이 도장 공정을 없앨 수 있는 무도장 ABS 소재를 개발, 프레임 제조비용을 20∼30% 가량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욱이 스프레이 공정을 생략함으로써 ‘친 환경성’이라는 성과까지 낳았다. 이 밖에도 세계 처음으로 세탁기 등 가전제품나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열전도성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는 등 성과가 줄을 이었다.
한해 센터가 수행하는 대고객 서비스 사례는 320여 건에 달한다. 연구원당 연간 2건의 토털 솔루션 서비스 제공이 목표다. 테크센터는 지난 2004년부터 이 같은 서비스 과정에서 경험한 우수사례를 담아 ‘테크센터 솔루션 명품전’까지 발간하고 있다.
“IT분야는 슬림화·소형화와 더불어 표면 디자인 부문에서 기업들의 요구가 많습니다. 특히, 기능성과 함께 디자인을 중시하는 최근 제품 경향은 이른바 ‘감정을 담은 소재’에 대한 높아진 갈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고객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복잡한 생산과정을 대폭 축소할 수 있는 단일 복합 프로세싱 서비스와 새로운 특성이 부가된 소재개발 서비스에 활동의 초점을 두고 있다는게 금 센터장의 설명이다.
고객사 대상 교육 프로그램과 파일럿 생산설비도 가동중이다. LG인젝션(Injection)ㆍ익스트루젼(Extrusion)·디자인(Design)·테크(Tech) 스쿨 등으로 구성된 고객 교육지원 프로그램은 날로 호응을 더해가고 있으며 협력사 제품 개발을 돕기 위한 파일럿(Pilot)시설 역시 일반 중소기업의 생산설비를 넘어선다.
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테크센터의 활동은 오늘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경영의 벤치마킹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90년대 후반 IMF 당시 대부분 사업부가 인원 동결 또는 감축에 나섰을 때도 테크센터는 오히려 인원이 늘만큼 회사 안팎의 신뢰가 두텁다.
연구개발(R&D)과 영업의 ‘중간자’이자, 대중소 기업간 ‘상생 전도사’로서 테크센터가 내놓을 솔루션 명품전 시리즈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