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IT분야에서 신제품(NEP) 인증을 받은 기업 매출증가율이 일반 기업의 4배에 이르고 수출증가율도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NEP인증제도가 도입 1년여만에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NEP인증 제품에 대한 수요기관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에 비해, 중소·벤처 업계나 일반인의 인지도는 낮아 제도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IT NEP인증 실무를 담당하는 정보통신부 전파연구소와 함께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NEP인증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3일 전파연구소 회의실에서 열렸던 좌담회 내용을 간추린다.
◆참석자
김치동 정보통신부 전파연구소장
서승모 IT벤처기업연합회 회장
장원석 건양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정완용 정보통신부 중소기업지원팀장
주영두 바이콤 사장
홍기융 시큐브 대표(가나다 순)
사회: 서현진 전자신문 정책팀장·부국장대우
◇사회(서현진 전자신문 정책팀장)=정부는 IT 우수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사업으로 IT 신제품(NEP)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도 도입 배경과 추진과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정완용(정통부 중소기업지원팀장)=중소·벤처기업들은 우수 신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해도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마케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가 직접 성능과 품질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줌으로써 IT벤처기업 제품이 소비자의 신뢰를 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IT NEP인증 제도를 지난해 5월부터 본격 도입하게 됐다. 인증 획득기업은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인증제품의 추가적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정통부 출연 및 융자사업에 참여하고자 할 경우 가점 혜택 등을 주고 있다. 또 신규 인증정보를 NEP공공구매사이트(www.buyup.or.kr)에 등록함으로써 공공기관 구매담당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도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치동(정통부 전파연구소장)=인증을 받으면 공공기관들이 의무구매하게 돼 있는 등 판로 개척에 용이하다. 또 인증획득업체가 국내외 유명IT 전시회에 참가를 희망하는 경우 부스설치 비용 등을 지원한다. 오는 20일 개막되는 ‘SEK 2007’에도 대규모 NEP 인증관(홍보관)을 마련해 널리 알릴 계획이다.
◇사회=IT NEP인증은 전파연구소에서 실무 운영을 담당한다. 운영현황과 그동안의 성과가 궁금하다.
◇장원석(건양대 교수·NEP인증심사위원)=인증절차는 서류심사, 현장심사, 제품심사를 거쳐 최종심사단계인 인증심사위원회의 종합심사 등으로 구성된다. 전 심사과정이 2∼3개월 소요된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추천한 분야별 전문가 7000여명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함으로써 심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까다로운 심사는 인증에 대한 신뢰성제고와 직결된다. 제도 시행 1년만에 63개 기업의 신청을 받아 32개 기업에 인증을 부여했다. 신청건수가 날로 증가 추세에 있어 향후 인증제도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NEP인증제도가 실제 중소기업들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주영두(바이콤 사장)=IT중소기업의 경우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서 인정을 받기까지 검증기간이 많이 소요된다. 특히 공공기관 등에서 발주하기까지는 시간이 3년 이상 걸려 간접경비,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 힘들다. 하지만 NEP인증을 받은 이후로는 수요처에서의 검증기간이 사라졌다. 인증획득으로 신뢰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실제 인증획득 전인 2004년 우리회사의 신제품 매출은 연15억원에 불과했으나 인증을 받은 지난해에는 5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올해는 1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홍기융(시큐브 사장)=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NEP인증에 대한 마케팅 효과를 타 분야보다 훨씬 크게 누리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라이프사이클이 짧아 시장에서 어느정도 인지도를 쌓다보면 제품 자체 경쟁력이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NEP인증으로 짧은 시간에 신기술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 절감 효과가 크다. 빨리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인증제도의 최대 강점이다.
◇사회=중소기업을 가장 가까이 접하는 IT벤처기업연합회 입장에서 볼때 NEP인증은 업계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겠는가.
◇서승모(IT벤처기업연합회장)= IT분야 기업을 조사해보면 60% 이상의 기업들이 가장 자신있는 부분으로 ‘기술력’을 꼽는다. 하지만 기술력은 갖췄지만 마케팅, 영업력 부재로 정작 상품 판매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상황에서 인증제도는 시장 개척에 있어 큰 효과를 줄 것이다.
◇사회=NEP인증제도가 IT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매우 효과적인 제도라 생각된다. 이런 좋은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정책적으로 개선·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서승모=IT벤처기업연합회 차원에서 NEP인증제도 확산을 위해 산업기능요원 추천 평가시 인증 획득 기업에 가점을 부여,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자체에 대한 홍보가 미흡해 협회차원의 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제도의 성패는 홍보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영두=인증 기업이 적정 규모의 매출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판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투자기관·출연기관 등에서 일정 비율을 의무 구매하는 방안을 통해 대국민 홍보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처음 시행될 때는 정부에서 구매 실적을 체크하는 등 구매 담당자들의 관심이 높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되고 있다. 대부분 구매담당자들에게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이와 함께 인증서만으로 보증을 받아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책도 마련되었으면 한다.
◇홍기융=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 제품이 판매되기 위해서는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해주는 NEP인증은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홍보지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도 운영과 함께 해외에서 벌어지는 각종 해외 행사를 통해 NEP인증 제도와 관련 기술 아이템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 국내외의 잠재적 구매자도 인증제도를 인지할 수 있도록 IT프로모션 시스템도 갖추면 좋겠다. 일관적인 디자인을 갖춘 인증마크도 요청하고 싶다. CC인증이나 GS인증 등처럼 공인 마크를 만들어 제품에 부착한다면 제도에 대한 홍보효과와 함께 업체 입장에서는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사회= 중소기업에게는 각종 인증 비용도 부담이라는 지적이 있다.
◇주영두=인증 수수료는 없지만 인증 후에 성능검사 평가 비용이 상당하다. 인증기관이나 정부에서 부담을 해주면 도움이 되겠다.
◇사회=업계의 개선·보완 요구를 들어보았다. 단체나 당국 차원에서는 어떤 활성화 방안이 있는가.
◇서승모=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관심이 부족하고 수요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현재로서는 NEP인증제도의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 협회 차원에서도 홍보 대상을 회원사는 물론 공공기관, 산하단체, 해외 바이어 등으로 넓혀가겠다.
◇정완용=지속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인증 기업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 올해는 NEP인증 기업에 대해서만 조사했는데 이제 인증 받지 못한 기업이나 공공기관, 바이어의 의견도 물어 제도 개선에 주안점을 두겠다. 성능검사 비용에 대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고려하겠다. 정부 지원 인증사업을 통해서 NEP인증 받는 경우에 사업비 지원금액에 성능검사 평가 비용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국내 사이트에 대한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겠다. 또 글로벌 마켓 플레이스 사이트를 통해서도 NEP인증 제품을 소개하는 홍보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치동=NEP제도는 결국 IT중소벤처기업의 브랜드 파워다. 인증 제품은 믿고 사도 좋다고 생각하도록 홍보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공공기관 및 정부에 인증업체를 통보하고 구매 요청하는 공문을 지속적으로 발송하겠다. 또 유관단체와 연계해 해외 전시회 참석 등을 지원해 인증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
정리=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신기술(NEP)인증 제도란?
NEP(New Excellent Products)인증제도는 국내 최초로 개발되는 기술이나 이에 준하는 기술을 적용해 생산된 신제품에 대해 경제·기술적 파급효과와 성능·품질의 우수성을 정부가 인증해주는 제도다. 정통부,산자부,과기부 등 5개 유관 부처가 그동안 독자적으로 운영해온 7개 신기술 인증제도를 지난해 1월 2개로 통폐합했는 그가운데 하나가 NEP인증이다. 또 하나는 과기부가 주관하는 신기술(NET)인증이다.
NEP인증 실무는 산자부 기술표준원이 맡지만 IT분야는 별도도 정통부 전파연구소가 담당한다. 전파연구소는 신청된 제품의 품질·성능과 함께 시장성·기술성을 평가하는 인증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NEP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NEP인증을 획득한 중소기업 제품에 대해서는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등 470여 공공기관이 같은 제품 구매시 해당품목 중 20%를 우선 구입하도록 하는 등 판로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