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최문기)는 지난 76년 설립 이래 정보통신 핵심기술 개발에 앞장서온 한국 대표 정부출연 연구개발(R&D) 기관이다. 80년대 ‘8비트 교육용PC’ 로 국가 IT R&D 체계를 구축한 이후 ‘전전자교환기(TDX-1)’ ‘4메가 D램’ 등을 개발해 한국 전자 산업 발전을 주도했다. 특히, ETRI는 지난 90년대 중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상용화해 한국을 세계 휴대폰 중심국가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금까지 ETRI가 등록한 국내 특허만도 9371건에 이르고 출원 건수의 경우 1만5800건을 육박한다. 국제 특허 등록과 출원도 각각 1421건과 4753건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신기술 개발에도 ETRI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DMB, 와이브로에서 차세대 무선홈네트워크용 초광대역무선통신(UWB) 개발에 이르기까지 ETRI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최근 ETRI는 국민 소득 2만 달러를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IT SoC, 지능형 서비스로봇, 텔레메틱스, 임베디드SW 등 ‘u-IT839’ 정책 사업에 주력,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번 ‘SEK2007’ 전시회에서도 이런 ETRI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SEK기간 동안 ETRI는 네비게이션 시스템, 인체통신기술 등 30여년간 집약된 신개념 기술을 대거 선보인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인체통신기술
‘인체통신 기술’은 기존 통신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최첨단기술이다. 사람 몸에 부착된 각종 정보 단말장치를 이용, 데이터를 주고 받는 새로운 통신 방식으로 기술 수준은 세계에서도 수위를 다툰다.
70%가 물로 채워진 인체는 도체인 물을 통해 전기적 신호를 흘려보낼 수 있다. 인체통신 기술은 이런 우리 몸의 성질을 이용, 인체에 전기 신호를 가하고 몸을 따라 흐르는 전기적 신호를 복원함으로써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다.
기존 유선이나 무선을 사용하는 통신방식은 많은 제약이 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유선의 경우 통신을 위해 USB 케이블과 같은 선을 항상 휴대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무선은 케이블을 이용하진 않지만 전력 소모가 아주 크다는 점에서 많은 제약이 있다. 설정 과정이 복잡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무선 통신의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인체 통신 방식은 유·무선 통신의 단점을 깨끗이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체통신은 신체를 이용함으로써 케이블을 휴대할 필요가 없으며 단말장치를 손이나 다른 인체부위로 접촉만 하면 통신이 이루어지므로 매우 간편하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별다른 설정이 필요치 않아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ETRI는 이번 전시회에서 인체통신 기술을 이용해 인체를 통해 동영상을 전송하는 기술을 시연한다. 관람객들이 신호 송신기와 수신기에 양손을 얹으면 신호 송신기에서 동영상 신호가 출력, 몸을 통해 다른 쪽 손으로 전송된다. 또 신호 수신기는 이 신호를 복원, 화면에 동영상이 출력되는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등산로 안내시스템
‘등산로 안내시스템’은 위성영상과 GPS 정보를 이용해 산행지역에 대한 3차원 등산로 영상과 산행정보를 제공해주는 솔루션이다. 휴대폰, PDA 등 다양한 휴대용 기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산행지역의 위성영상을 3차원화해 제공함으로써 비전문가라도 쉽게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 선보인 상용제품의 경우, 대부분 등고선 지도상에 등산객의 현재 GPS 위치를 표시해 주기 때문에 등고선 지도에 익숙치 않은 일반인의 사용이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산행경로, 주변 시설물 등 다양한 산행정보를 내장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획기적인 제품이다. 현재 도명산, 조령산, 대야산 등 명산이 많은 충북 괴산군에서 채택, 35개 산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길 안내를 도와주는 ‘실감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카메라를 통해 파악되는 전방의 도로 영상과 길안내 정보를 합성해 보여주는 차세대 내비게이션 서비스 시스템이다.
기존 길안내 시스템의 경우 건물이 많은 도심 환경이나 복잡한 분기점 및 진출입로 등에서는 지도 위치표시와 일치하는 실제 도로를 인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실감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차장 밖으로 보이는 실제 도로 배경 위에 길안내 정보가 표시돼 길의 실제 위치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지도 보는 법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및 여성운전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특히 입력되는 실시간 영상을 자동적으로 분석해 안전운전에 필요한 신호등 색상, 점멸 상태 등 부가적인 정보도 제공해준다. 또 시선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의 자동차나 사람을 감지, 위험 경보를 알려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생활정보 질의응답 시스템
‘생활정보 조회용 대화형 음성질의응답 시스템’과 ‘네비게이션 행선지 입력용 단말내장 대어휘 음성인식시스템’은 아이디어가 특이해 업계에서 벌써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ETRI 내 임베디드 SW연구단 음성·언어정보연구센터에서 국내최초로 개발한 ‘생활정보 조회용 대화형 음성 질의응답 시스템’은 TV 채널 가이드, 일정, 날씨, 뉴스 등의 정보를 음성으로 조회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은 지능형로봇, 홈오토메이션을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핵심 기술이 적용돼 TV 프로그램 정보조회용뿐만 아니라 디지털TV, 셋톱, DMB폰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지난해 ETRI 기술이전본부(ITEC)가 발간한 기술가치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술의 시장 규모는 오는 2008년 국내 61억원, 해외 167억원 정도며 기술 가치액만도 45억원으로 예상된다.
‘네비게이션 행선지 입력용 대어휘 음성인식시스템’ 역시 음성·언어 연구센터에서 개발한 제품.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 PDA 등에서 내장 구동되며 여타 솔루션과는 달리 20만 이상의 행선지를 입력할 수 있다. 인식률도 약 90%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이 솔루션은 멀티 모달 인터페이스가 적용돼 사용자 편의성이 뛰어나다. 또 무선 모바일 환경에서 검색용 음성인터페이스 등으로 확대 적용 가능해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ETRI는 이 시스템이 상용화될 경우 기존 컴퓨터통신통합(CTI) 기반 솔루션에 비해 통신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업체 수익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URC 하드웨어 컴포넌트 모듈
‘URC 하드웨어 컴포넌트 모듈’은 ETRI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선보이는 기술 중 가장 돋보이는 것 중 하나다. 이 모듈은 ‘유비쿼터스 로봇’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것으로 상용화될 경우 수 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있다. ETRI는 이 기술을 전시회 기간을 통해 전시, 로봇 시장에서도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적극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MIM_C’ ‘MRM_C’ ‘MSM’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먼저 ‘MIM_C’는 유비쿼터스 로봇의 핵심 기술인 시각, 음성, 음원 처리 기능에 특화된 멀티모달 I/F 모듈이다. 이 모듈은 저전력·고성능 임베디드 프로세서 코어와 주변장치들을 통합, 로봇의 눈과 귀 역할을 수행하는 제어 일체형 컴포넌트로 핵심 중에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모듈을 이용하면 인간과 아주 흡사한 로봇을 설계할 수 있고 만들어진 로봇의 경우 가정, 공장, 공공장소 등 아주 다양한 영역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이 모듈에 적용된 미디어 가속 엔진은 유비쿼터스 로봇의 기능을 더욱 다양하게 만든다. ‘MRM―C’는 로봇의 고품질 멀티미디어 응용서비스에 특화된 모듈로 DVD급 AV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또 미디어 가속엔진을 내장한 고성능 프로세서인 만큼 주변 장치들과의 통합성이 뛰어나다.
MSM도 유비쿼터스 로봇을 구현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컴포넌트 모듈이다. 유비쿼터스 로봇의 주요 기능인 대화형, 분배형 고품질 서비스 등 멀티 서비스를 HW 가속기로 통합 제공하는데 이 모듈이 적용된다. 또 1GHz(ARM9 코어 기준) 이상의 속도를 자랑, 고성능 컴퓨팅 환경을 구현할 수 있으며 로봇 제어 및 서비스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